8. 단 한 권의 홈런북이 이끌어주는 독서 경험

읽기 독립, 즐겁게 ‘읽는 경험’ 쌓기

by 유나


요즘 읽기 독립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책육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는 6살에 읽기 독립을, 어떤 아이는 8살에 읽기 독립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아이는 혼자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혼자 읽는 즐거움을 줄까?'


아이가 스스로 읽고 재미를 느끼려면 읽음과 동시에 이해하는 힘, 즉 문해력이 필요한데 아직 읽기만 가능한 아이는 읽으며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스스로 읽을 때보다 부모가 읽어주는 듣는 독서가 이해가 잘되고 즐겁기 때문이다.


최근 도서관에 갔는데 아이가 그림책을 보고 있으니 부모님이 하는 말씀이 들렸다.

"ㅇㅇ아, 책을 볼 거면 글을 읽어야지. 왜 그림만 봐. 글을 읽어"


내가 볼 땐 아직 5-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아마 한글을 뗐으니 스스로 읽기를 바랐던 거 같았다.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도 부모가 읽어준 책들을 꺼내어 부모가 읽어주었던 목소리를 상상하며 책을 펼쳐서 보기도 한다. 읽어주지 않은 책일지라도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책을 본다.


한글을 읽을 줄 안다고 책까지 읽고 이해하는 일은 아이에게 쉽지 않은데 한글을 떼고 난 아이에게는 글을 읽으라고 닦달하는 건 많은 부모님이 하시는 실수다. 한글을 뗀 아이가 스스로 읽기 싫어한다면 제목정도 읽는 연습을 시키거나 좀 더 잘한다면 한 줄씩 번갈아 읽으며 연습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저학년정도되면 글밥책 읽는 연습을 추천한다. 하지만 저학년에 스스로 읽는 연습이 되지 않았다면 9살에 그림책을 많이 본다고 19살에 그림책만 보는 것도 아니니 그림책을 충분히 읽히고 문고판을 읽기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내 아이 수준이나 취향에 맞는 책을 주고 그래도 혼자 읽기 싫어한다면 그림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좋은 책의 정서를 남겨주면 된다.


그림책처럼 얇은 책만 보다가 글이 많고 두꺼운 문고판을 보면 아이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부모가 읽어주는 듣는 독서를 통해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면 문고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우리 첫째에게 홈런북이었던, 문고판에 부담을 덜어준 책들이 있었는데 그중 맨 처음은 '똥볶이 할멈'이었다. 똥볶이 할멈책 한 권을 내가 읽어주고, 그 책에 재미를 느낀 아이가 맨 뒤에 '2권에서 계속'을 보더니 더 사주세요를 외치는 것. 얼마나 읽고 싶었으면 "혼자 읽을 테니 제발 사주세요"라고 매달렸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사주니 아이가 글밥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여러 문고들을 거쳐가며 비문학까지 읽고 있다. 텍스트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다행히 읽기 독립이 빠를 수 있지만 우리 첫째는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 그림이 있어야 책을 보는데 이건 아이들마다 성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인정하고 아이의 속도를 맞춰 기다려주는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


이렇게 단 한 권의 홈런북을 만나면 스스로 읽는 연습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처음엔 만만한 아기책으로 시작해서 좀 더 수준을 올려 아이가 좋아했던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게 한다.

문고판으로 넘어갈 때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같이 책을 고르고 정말 읽기 싫어한다면 앞부분을 부모님께서 읽어주시거나 한 권을 읽어주시면서 다음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다.


듣는 독서의 장점은 보통의 아이들은 대부분 스스로 읽는 것보다 듣기가 더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읽는 것보다 부모님이 직접 들려주시는 듣는 독서의 수준은 아이학년보다 더 높게 들을 수 있고 엉덩이힘이 길러지며 집중력도 자라난다. 아이옆에서 아이한테 읽어달라고 하고 가만히 듣고 계시다 보면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1시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문고류 한 권을 들으며 집중한다는 건 제법 대단한 일이다.


읽기 독립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아이 수준보다 높은 책을 들려주시는 것도 좋기 때문에 읽기 독립에 너무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읽기 독립에 도움 될 홈런북 BEST 5

엉덩이탐정(추리물)

뼈뼈사우루스(남자아이)

복면공주(공주시리즈지만 히어로물이라 남자아이도 충분히 즐거워한다)

개냥이 수사대

똥볶이할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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