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단 한 권의 홈런북을 위한 루틴

읽기독립을 위한 루틴만들기

by 유나

책육아를 하면서 밥먹듯이 책을 매일같이 읽히고 있는 내 바람은 아이의 삶 한구석에 책이 자리하는 것.

나중에 크고 나서 필요할 때나 하나의 쉼터가 되어줄 존재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서점도 도서관도 안 가본 아이가 나중에 알아서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책을 썩 좋아하는 엄마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일부로 책을 더 많이보고 꾸준히 읽어주었다.


아이의 쉼터가 되길 바라면서 읽기 독립도 하길 바랐던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해서 주말에 남편을 억지로 끌고 가거나 아이들과 버스 타고라도 서점과 도서관 루틴을 만들어 습관처럼 자주 다녔다.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다닌 아이들은 잘 다닐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커서 처음 도서관에 가면 책만 있는 곳이라고 썩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처음 도서관을 갔을 때 첫째의 반응은 "뭐야, 책만 있잖아."였다.

둘째는 영유아도서관에서 미끄럼틀만 탔다. 그렇게 책도 빌리지 않고 집에 왔다.


그래도 괜찮았다. 도서관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집에 왔다.

다음에 또 갔다.


"또 도서관이야?"

그래도 괜찮았다. 또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둘째는 도서관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곳, 즉 카페같이 즐거운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서점에 갔다.

"여기도 책만 있네."

그래도 괜찮았다. 서점에 갔다가 근처에 오락실을 가서 놀았다.

처음에는 오락실에 가고 싶던 첫째가 서점먼저 가자고 하면 삐지기도 하고 짜증도 냈다.

둘째는 서점만 갔다 하면 장난감, 스티커 같은 것들만 쳐다봤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내 감정은 배제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정서를 만들어야 한다.

내 목적은 하나, 서점과 도서관을 익숙하게 만들기.


이 전 글에서 말했듯 아이들을 믿어주면 그 믿음에 부모를 배신하지 않는다.

큰 기대감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아이를 믿자.


이렇게 몇 주, 몇 달을 도서관, 서점 루틴을 만들어 애들이랑 각자 1대 1 데이트도 하며 꾸준히 다녔더니 첫째가 달라졌다.


"엄마, 이 책 사도 돼요?"

'페이퍼블레이드'라는 팽이를 접는 책이었다.

마침 베스트셀러 책들이 깔려있는 공간에 첫째가 좋아하는 팽이 접기 책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럼 여기서 색종이 좀 접고 갈까?"

"네! 좋아요. 이 책 사고 싶던 거예요!"

색종이와 책을 같이 구매하고 첫째는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색종이를 접었다.

서점에서 한참 동안 색종이를 접는 아이를 보니 그래도 서점이랑 친해졌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맛있는 점심을 사 먹었다.


꾸준히 다니다 보니 둘째도 서서히 그림책을 고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오락실이나 카페를 가지 않아도 책을 고르는 아이들이 되었다.


서점나들이를 갔을 때 만화책이나 장난감 같은 책을 고른다고 걱정하는 부모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거 사주세요."


"맨날 장난감만 고르는데요?"

"학습만화는 안 좋다던데요?"


"아이들이 처음엔 장난감이나 만화책만 고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책들을 고르는 경험을 하다 보면 책 고르는 눈이 생긴답니다. 만약 매번 가서 사주는 게 부담스러우시다면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맘껏 고를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경험이 아이의 책 보는 눈을 높여주게 될 거예요.

다양한 책을 접하다 보면 어쩌다 우연히 만나는 단 한 권의 책이 아이의 홈런북이 되어 책을 쌓아놓고 보는 아이가 될 거예요."



성인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책을 구매할 때, 혹은 아이의 책을 구매할 때 적기보다 빠르게 사기도 하고 막상 적기에는 못 보여줘 실패를 하기도 한다. 그런 실패하는 경험이 쌓여 책을 보는 눈이 생긴다.

성인보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어떨까?

당연히 아이가 익숙한 캐릭터나 좋아하는 것만 보이니 그런 것만 사고 싶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점에서 직접 골라본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아이에게 좋은 정서로 남아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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