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기를 끌어 모아
C가 처음 신경정신과 문을 연 때는 11월 초였을 것이다. 그 전날 병원에 가겠다는 큰 목표만을 세운 채 온 정신을 그곳에 집중 했다. 그 나름으로는 아주 큰 용기였다.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날 그의 친구가 일러준 그 병원으로 찾아갔다. 얼핏 듣기로 전문적인 치료보다는 조언을 받고 좋았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적어도 정신병자로 몰아서 맞지도 않는 약을 과다 투여해 진짜 정신병자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은 덜 수 있었다.
문을 여니 ‘차라라라’하는 문소리가 들렸다. 핏기 없는 간호사가 사람이 와도 봤는지 안 봤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 남짓 걸렸을까. 등 뒤에는 추운 바람을 맞았음에도 땀이 흐르고 있었고 손과 발에서도 쉼 없이 땀이 났다. 땀이 찝찝하여 휴지로 연신 손을 움켜쥐며 땀을 닦았다. 휴지는 곧 너덜너덜 해 졌다. 간호사가 하도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 같기에 가서 접수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좀 기다리세요.’하고 ㄱ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별로 환자도 많지 않았는데 말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신경정신과에 오는 사람들을 다 과다 감정으로 폭탄을 던질 준비하는 사람 쯤으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쎄 한 마음이었던 그는 오늘은 도움의 실마리를 찾을 거라는 기대를 반쯤 접고 다소 우울해졌다. 그러자 좀 침착함을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그의 이름이 불리고 의사를 보았다. 의사는 60대 초반 정도의 무슨 대학 교수이자 안경을 쓴 다소 뭐랄까 약간은 명상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미취업상태와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 채로 억지로 스터디를 하고 공부를 하고 엉망진창인 상태로 시험을 보고 당연히 떨어질 걸 알지만 가끔은 면접을 보기도 하지만 역시나 잘되지 않는 상태. 불안하여 책 한 페이지를 딴 생각을 하지 않고 읽을 수 없는 것이나 재정적으로 힘든 문제들을 다소 속으로는 비참해 하며 말을 했다. 그러나 의사는 요즘 친구들 왜 높은 데에만 가려고 그렇게 준비하는 시간만 길어진다는 투의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마음은 차라리 이야기를 하지 말 걸 하며 후회로 돌아섰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지금 그를 재정적으로 케어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되느냐고. 절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그 의사는 그럼 너는 어쩌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의자에 깊숙이 앉으면서.
그는 난감했다.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내 보여줬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너 사회생활 지금 할 수 없겠는데?’ 라는 말 정도. 그리고 그나마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다잡은 말음 누워있는 시간을 줄이고 엉기성기 계획을 짜서 절대 낮에는 눕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는 그건 해보리라고 다짐했다. 그의 의욕을 본 의사는 조금은 낙관적인 표정을 지었다. 의사가 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기에 그는 입안에는 계속 맴돌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싶지 않아 ‘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의사는 약은 그저 하루 습관에 포인트가 될만할 정도로 지어주겠다고 했다. 한 편으로 정신과 약이 아니라는 말에 안심하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좀 불안하기도 했다. 의사는 물을 끓을 때는 물이 끓는 것만 보고 그냥 물이 끓는다는 사실만 생각하라고 현재를 꼭 붙들고 있으라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약을 기다리는데 매우 불안 해 보이는 여성이 간호사에게 뭔가 계속 이야기하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쓰러질 것 같기도 하고 바로 폭발할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약을 받아 나왔다. 조금은 기대를 하고 그 의사 말대로 해보리라 순진하게 다짐을 해보면서도 걱정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의사가 그의 가장 큰 불안을 건드린 것에 대해서, 사회생활 못하겠다고 한 말을 애써 지우며 그리 훌륭한 의사는 아니라고 애써 생각했다.
다음 날 그는 그가 일어나서도 살기 싫어하며 천장을 보고 책장에 있는 책 제목을 보던 습관을 버리고 아주 피곤한 상태로 부엌으로 나왔다. 작은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끓는 것을 보았다. 그 사이에도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알바에서 있었던 찜찜한 일들. 그를 둘러싼 간섭과 소문들.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 그리고 주전자를 보니 주전자의 물은 거의 말라있었다. 그는 화가 나서 주전자를 싱크대에 넣고 물을 부었다. 김이 확 났다. 다시 물을 겨우 끓여 커피 한 잔을 만들었다. 다시 눕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인터넷을 했다. 어느 것 하나에도 집중 할 수 없었지만 밥을 먹고 약을 먹었다. 그렇게 3일을 하자 그렇게 산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너무 큰 피로가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병원에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의사는 그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 그리고 약에 대해 그가 말했지만 그건 소화제였다고 말했다. 마음 먹기 달린 거라고....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고 C는 우울증 삽화(우울증 증상이 크게 두드러진 때, 에피소드라고도 한다. 이 삽화의 횟수에 따라 통계적으로 우울증의 회복 기간을 분석해 놓기도 한다.) 시기를 일어나지 안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불을 덮었다.
몇 개월 후 그는 매우 불안한 상태를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