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책, 책, 책 중에 제일 안좋은 책은? 자책

어쩔 수 없이.....나도 모르게...또 해버렸어

by moonbow

자책, 스스로 책망한다........


또 늦었다. 그것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1,2 분 차이.

난 지각 대마왕이다. 자주 안가던 길을 나설 때는 이것저것 챙기고

꾸물꾸물 거리다가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금새 너무나 급박한 시간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한 두 번도 아니고 또 지각해도 파워 당당할 뻔뻔함도 없는데

부지런함도 없다니.


이런 나를 괴롭히고 혼내느라 예전엔 엄청난 에너지를 썼다. 자책하느라고. 그러지않으면 나중에 또 하게 되는 나에게 그러지 말자는 다짐이지만 다짐이라기보다는 혼내지 않으면 왠지 안될 것 같은 마음이 더 많았다. 그 누구도 혼내지 않았는데 나는 나를 더 많이 혼냈다. 어떻게 보면 시시때때로 상황에 따라 느끼는게 당연한 감정이겠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될 상황에도 느끼고 있다.



누가 무언가를 잃어 버렸다고 찾는다. 내가 혹시 어디에 둔걸까? 내 실수는 아닐까? -> 난 그런물건의 존재를 본 적조차 없는데


누가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 내가 단어를 잘 못 쓴 거 아닐까? 내가 그의 컴플렉스를 건드렸나?


이런 생각을 전혀 안하는 건 더 큰 문제지만 위의 질문들을 너무 자주 던지고 모든 걸 내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게 되면 난 화살 구멍만 숭숭나버려 부서져 버리고 만다. 심지어 정황상 나의 잘못이 아닌 일도 분위기상 내 잘못으로 치부되어 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그래, 모든 것은 내 잘못이야라고 말하고 넘길 수도 없는 일이고 그것이 모두 내 잘못이라면 다음에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일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내 자신을 가장 작게 만들거나 내 자신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는 기분까지 들게 된다. 그리고 그 기분이 조금 오래 머물다보면 생각으로 고착되어 버린다.


내가 내 스스로 가장 큰 벌을 준다고 생각하며 자책한 일은 엄마의 투병과 죽음이었는데 투병 시 내 나이가 10살에서 12살이었으니까 난 밥도 지을 줄 몰랐고 청소도 잘 하지도 못했다. 그 당시 그런 것들을 못한다는 꾸중도 들었고 또 주변 어른들은 더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종용하기도 했다. 내가 기도를 안해서 엄마가 낫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어린이의 기도는 그분이 잘 들어주신다고 했는데 내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난 기도를 하지 않는다고 혼났다. 여튼 엄마의 죽음 이후 난 나에게 가장 큰 벌을 내렸는데 나는 웃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웃지 말 것을 형벌로 내렸다. 왜 그렇게 생각이 흘렀는지 모를 일이지만 나중에 아이의 버릇을 고치는 프로그램에서 아동전문가가 아이가 부모의 불행이나 이혼 등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전혀 그 아이는 어떻게 할 수있거나 선택하거나 하는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리고 잘 웃지 않는 습관은 이제 체화 되어서 난 웃음이 헤펐던 아이에서 무서운 얼굴을 한 어른이 되어 버렸다. 전혀 안 웃고 살진 않았겠지만 너무 즐겁거나 재밌으면 그걸 느낀 순간 내 스스로 이 기분을 저 밑으로 가라앉히려고 나쁜 생각을 했다. 곧 즐거움과 재미는 사라지고 나쁜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즐거움을 오랫동안 느끼는 것은 내가 누릴 자격이 없는 일이니까.


자책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아무 행동도 안하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발행하는 것이기도 했다. 머뭇거리고 행동을 안하고 나중에 자책함으로써 게으른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즐겁고 건강한 일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자책하면 그 만큼의벌을받았으니 괜찮을지도 몰라라고 에너지를낭비해버린다.


어느 순간 자책은 도덕심이 고취되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는 어떤 책의 한 줄을 읽고 자책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내 행동보다는 더 나은 인간이라고 느끼고 싶어서 더 많이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엄마가 돌아가신 일에 대해 자책 하면서 웃지 않는다고 엄마가 덜 아프거나 좋아하시거나 웃지 않는다고 내가 잘 못 해드린일이 다시 수정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내 현재를 갉아 먹고 있는 것뿐.


상처는 아물어가고 유년시절의 기억이 아주 없어진 건 아니지만 어린이였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었음을 인정해줬다. 그러니 자책할 필요 없어. 칭찬할 순 없지만 자책도 할 필요가 없어. 그리고 그래서 자책을 오랜 기간 하며 괴로웠으니 이젠 그만 놔줘도 돼. 그만큼 너의 마음이 고통스럽고 슬프고 힘들었으니 이젠 그만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일정기간 연습을 했던 것 같다. 괜찮다고 지각을 해도 그렇게 하루를 잡아먹을만큼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책하고 날 벌준다고 해서 뭔가가 크게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잘 되지 않을 때는 자책 하는 나를 그저 그랬구나. 이래서 자책을 하는구나. 근데 이런 일을 하고 실수를 하는 것도 너고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고 실수에 자책까지 엄중하게 하니 책임감이 많아서 그렇구나. 그래 조금만 자책하고 그런 자책감은 어떤 행동도 다른 어떤 감정도 들어올 틈을 주지 않으니 잠시 숨을 좀 쉬어볼까.


다른 걸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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