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미래의 신문기자 유나킴이었습니다.
유나킴 Booking #01 마케터의 일
- '첫번째서랍' 김윤아 대표 인터뷰
약속시간보다 꽤 여유 있게 김윤아 대표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첫번째서랍이 입주해 있다는 코워킹스페이스 미팅룸에서 인터뷰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으니 그녀가 내려왔다.
글쓴이는 요즘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전까지는 알바생이 먼저 내려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도전하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주제로 취재하기 위해 그녀를 섭외를 했으나, 어려 보이는 동글동글한 이미지에 '아, 금수저 대표님인가'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데, 혹시 모르니 추가 섭외도 예상해야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치고 나선 그런 생각을 했던 것조차 미안했던 차돌 같은 여자였다.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나요? 처음엔 알바생이 온 줄 알았어요. 이런 이야기 종종 들으시나요?
아 그러셨나요? 얼굴형이 동글동글해서 어릴 때부터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어요 하하.
제 편견일 수도 있는데, 일하시면서 동안인 부분이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나요?
장단이 다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가장 큰 단점은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려 보인다는 첫인상만으로 저평가당하는 듯한 대우를 종종 받은 적이 있다는 점? 그렇지만 그 이후에 제가 해나가는 과정과 결과를 보고는 더 큰 놀람을 드리는 효과도 있어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요.
그럼 그 과정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대표님 졸업하신 전공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특별하기도 하고, 어떤 분에겐 별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학부와 석사 모두 간호학을 전공해서 첫번째서랍을 시작하기 전엔 간호사로 일을 했어요. 또 어느 정도 기간 동안에는 병행도 했죠. 병행하는 동안에 있었던 미팅마다 첫번째서랍의 명함이 없어서 계속 간호사 명함을 드리기도 했었어요. 한 분도 빠짐없이 받으실 때마다 신기해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전공 살려서 진로가 정해지는 경우가 적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특수한 케이스일 것 같아요.
맞아요. 학부 커리큘럼은 입학 전부터 4년 과정이 이미 정해져 있고, 고등학교 때처럼 휴학하지 않는 한 수업 듣는 친구들도 졸업까지 함께 하죠. 실습도 있고, 엄청난 학점들 그리고 그 보다 더 엄청난 국가고시 기출문제집들을 보면 타과 수업을 듣는다거나, 교환학생 등은 엄두도 못 내요. 그리고 국가고시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이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다른 길로 눈을 돌리기보단 다수를 따라 혹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종합병원의 간호사로 우선적으로 취업하는 것이... 95%? 나머지 5%는 석사를 바로 시작하거나, 유학을 가거나 결혼을 하거나? 과장 같지만 정말 제 시절엔 그랬어요. 지금은 좀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큰 변화는 없을 거예요.
김 대표님도 대세를 따르는 착한 학생이셨나요?
우선, 대세를 따르는 게 꼭 착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반항아 기질이 있고요 하하. 두 번째로는 학교 가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대학교 수업이 아니다는 생각이 지배를 하니 자연히 흥미가 생길 리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관련 학문들은 또 어찌나 공부하기 싫던지 그 어마어마한 양들을 '눈에 바르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겨우 시험 보곤 했어요. 학교 친구들 기억 속에 저는 정말 학교 다니기 싫어하는 학생으로 남아 있을 거예요. 사실이기도 했고 푸하하.
의외네요. 열정적인 대학 생활을 보내셨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꿈꿨던 대학 생활은 오픈된 질문으로 다 같이 의견을 나누고, 관심과 흥미를 특기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며, 자유와 자율 속의 황금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니즈(needs)가 충족되지 않은 미성숙한 20대 김윤아는 그 소중한 시기를 아쉬움을 많이 남겨두는 선택을 하게 된 거죠.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 꼭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말고 먼저 이 악물고 해치운 다음에 죄책감 없이 딴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보는 것을 목표로 생활해보고 싶어요.
그럼 방금 말씀하신 '딴짓'이라는 걸, 죄책감 가지면서 하셨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맞아요 맞아요.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로 발전하긴 했어요 하하. 학부 때 학기 중에 우연히 기업들의 마케팅 인턴 개념의 홍보대사? 서포터즈? 같은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이야 서포터즈니 앰버서더니 하는 이름들로 하는 활동들이 정말 정말 너무 많아서 골라서 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잘 없었거든요. 학부 수업과 과제 겨우 해치우고 마케팅 인턴 일 하려고 그 무겁고 두꺼운 노트북 들고 카페 가고 했어요. 그 시절 제일 열심히 하고 즐겁게 하던 일이에요. 방금은 겨우 해치우고 하러 갔다 했지만 정정할게요. 학부 일은 대부분 벼락치기로 해버렸어요. 포스팅 글 하나 쓰고 사진 편집하고 영상 만드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면서요.
간호학과 학생의 마케팅 인턴십이라. 뽑아준 담당자도 무슨 생각이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이력이에요.
학과 특성 때문에 서류에서부터 탈락한 것이 대부분이었죠. 그땐 블로그도 하는 사람만 하고 유투버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인 데다가 합격자들은 대부분 경영이나 인문방송, 혹은 패션 쪽 학생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나 누구보다 글 잘(열심히) 쓸 자신 있고, 사진도 내 느낌대로 찍을 자신 있고, 아이디어 많이 낼 자신 있는데 진짜 한 번만 내 포스팅 읽어주고 면접 기회를 달라는 내용으로 어필 많이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패기 넘치는 어필이지만 전 정말 자신 있었기도 했고 학과 이름으로 가려지는 게 너무 억울했거든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인턴십 수료증으로 타과는 수업 대신 출석 인정까지도 되는데, 저는 상담하러 갔던 학과 교수님께 그런 쓸 데 없는 짓 그만 하고 제발 공부나 해라라고 표정과 말로 욕먹고 돌아오곤 했어서 더 뽑힌 활동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자전거, 패션, 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 대학생 서포터즈나 인턴십에 뽑혀서 수료를 했고, 최우수자로 뽑혀서 해외여행 상품권 받고 그걸로 홍콩으로 가족여행 갔던 적도 있어요. 잊고 있던 나름의 제 스펙이네요.
이제야 제가 이번 호 주인공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도전하는 히든 챔피언!
하하. 히든 챔피언이라니. 그것보단 결국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고집쟁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그럼 고집쟁이 대표님의 하고 싶은 일! 그게 첫번째서랍 프로젝트였던 건가요?
네네. 아니면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을 벌이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 첫번째서랍이 된 것이기도 하고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던 메모장이 있었어요. 뭐 먹고 싶다, 어디 놀러 가고 싶다 하는 본능적인 내용부터 이번 시험만 끝나면 방 구조를 바꿔버리겠다 같은 시험기간의 잡념도 있었고, 방학 때 하고 싶은 일들이나 알바비 모아서 배우고 싶은 일 등등 스펙트럼의 범위도 굉장히 넓었고 세세하기도 구체적이기도, 현실적이기도 망상적이기도 했어요. 수험생 시절엔 죄책감을 덜어보고자 '잡생각노트'라고 앞에 적어보기도 했고요. 그걸 항상 첫 번째 서랍에 넣어두었어요. 그걸 이제 꺼낸 거예요 세상에!
그래서 스타트업의 이름을 첫번째서랍이라고 지으신 거였군요!
원래 이름 짓는 게 제일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잖아요. 어설픈 영어로 짓고 싶지도 않았고, 시간이 지나서 오글거리거나 촌스럽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타트업 구상 단계일 때 주변 지인들에게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안 하고, 첫번째서랍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는지 많이 물어보고 다녀봤어요. 다행히 다들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비슷했고, 제가 원하는 느낌과도 부합해서 전구에 불 켜지 듯 짠! 하고 결정했지요. 나만의 소중한 비밀 일기장부터 매일 자주 쓰는 열쇠, 지갑 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이 보관되는 장소잖아요. 서합들 중에서 특히 첫 번째 칸이. 언젠간 하겠지 하고 막연히 서랍 안에만 고이 보관하고 있던 제 꿈들을 기획하고 실현하고 담아가는 존재가 되면서, 찾아주시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소중하고 중요하며 가까운 존재가 되자는 나름의 기업철학을 담은 브랜드 네이밍입니다. 거창하죠?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첫번째서랍을 떠올려보면 아직은 잘 지켜내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군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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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하고 싶은 계획들이 많아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하는 김윤아 대표는 히든 챔피언이 아니었다. 솔직함과 고집으로 엮어낸 아이디어와 열정의 배를 타고 항해하는 선장 같았다. 건강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기여활동을 목표로 하는 소셜벤처이기도 한 첫번째서랍이니까 그녀는 스타트업계의 잔다르크이자 콜럼버스라고 불려야 마땅하다는 찬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시간이 부족하여, 소셜벤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매우 아쉬웠으므로 다음에 다시 만나서 물어보겠다고 거듭 약속을 받아냈다. 잔다르크와 콜럼버스의 콜라보, '첫번째서랍'호를 타고 발견해 나갈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장인성 이사님의 <마케터의 일>을 읽고 써 본 나의 미래 기사. 유나킴의 브런치 첫 글의 주인공이 된 걸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