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몰입으로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신년 계획도 mvp버전으로
- 작은 몰입으로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올해 맞이는 평소와 마음가짐이 달랐다.
가볍게, 무조건 가볍게. 회고도 가볍게. 계획도 가볍게. 실행도 가볍게.
계획형 인간인지라 투두 리스트를 적고 하나씩 깨부수어가면서 다이어리에 지우는 맛에 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연말 회고와 신년 계획이 점점 무거워져 갔다. 그렇게들 공공의 적인 듯하지 말라고 외치는 완벽주의자의 작업물이 됐다. 사실 연말 회고와 신년 계획은 1년 중 디테일을 챙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보니 더 무거워지더라.
'올해는 꼭 다이어트 성공', '이제 진짜 돈 아껴야지, 내 집 마련', '제2외국어 마스터하겠어'류의 다가가기도 힘든 거창한 계획들이 대단한 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실패감과 무기력함을 만들어 내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그 실패를 놔주지 못하고 곱씹다 보면 우울감까지 무의식적으로 문을 두드리게 된다. <개인 기준 완벽주의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추상적, 구체적 반복 사고의 차별적 매개효과(2021)> 연구에도 따르면, "개인 기준 완벽주의는 추상적-분석적 반복 사고를 매개로 우울에 정적 영향을 준다고 한다. 추상적-분석적 반복 사고의 대표적인 예로 반추(rumination)와 걱정(worry)이 있는데, 반추는 우울감의 원인이 되는 과거의 사건과 의미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걱정은 정교화되지 않은(not elaborated) 부정적 미래상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이라는 점에서 추상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반복적 부적 사고(repetitive negative thinking)"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무조건 가볍게. 1월 1일에 이미 완성형 계획이 내 손에 있지 않아도 된다.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세우고 지금도 계획은 현실 반영을 하면서 mvp테스트와 수정하는 기간을 보내고 있다. 완성형 계획이 아니라 구멍이 숭숭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니 과감히 치고 가보자. 실패해도 오히려 좋아. 어느 날은 투두 리스트가 많아도 좋고, 적어도 괜찮다. 다 못하면 그럴만했는가를 빠르게 따져보고, 실패를 되돌릴 수 없다면 그걸 고민하는 순간에도 뽀짝 뽀짝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 아까우니 현재에 집중하자. 루틴 앱이 너의 달성률이 100%가 아니라고 푸쉬를 보낼지라도 조급해 말자. 내가 왜 계획을 세우는지 그 목적에 집중하자. 나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로 살고 싶어서 회고를 하고 계획을 세우니까. 작은 몰입에서 행복감을 찾자. 그게 쌓이면 무거움과는 또 다른 견고함을 만들어줄 것이다.
작은 몰입으로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