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야 할 용기를 주세요

by 윤밤

매달리는 일에 열중한 적이 있다. 그 밑바닥은 칠흑 같은 구덩이로 보였고 추락해 버리면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붙잡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기에 겁이 났고 살기 위해 더욱 매달렸다. 내 힘은 오로지 그것에만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집중과 에너지가 매달리는 일에 실려 있다 보니, 일상은 말하지 않아도 엉망진창이었다. 인간관계도 엉망이었고 삶에 필요한 여유도 없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탈진한 몸으로 침대에 쓰러지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건물에 매달려 있는 산타를 보게 됐는데 "겨울 외부 인테리어 들은 저런 식으로 이쁘게 꾸며 놓는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산타와 내가 겹쳐 보였다. 무언가에 매달려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매미 같은 우리를.


속으로 저 손을 놓으면 편할 텐데. 떨어져도 저 정도면 아프지 않을 텐데라는 말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날, 나 자신이 참 우스웠다. 정작 나는 놓지 못하면서 산타에게 충고라니, 동점심이라니. 사실은 보이지 않아서 무섭던 저 깊은 밑바닥이 안 아프지 않알까, 죽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결국 그 손을 놓았다. 그리고 놓고 나니 알게 되었다. 밑은 내가 상상했던 바닥이 아니라 다른 길로 이어지는 통로였다는 것을. 달리는 순간에는 길가에 핀 꽃이 어떤 꽃인지 모르는 것처럼, 때로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한 나머지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산다. 모든 것들을 다 얻으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우리는 붙잡는 힘보다 놓아야 할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는 당신의 삶을 바꿀 스위치가 될 수도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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