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콩국수를 사 먹다 눈물이 펑펑 났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난 콩국수를 밖에서 사 먹어 본 일이 없다. 매년 여름이면 엄마가 직접 콩을 삶고 갈아 콩물을 만들어해 줬기 때문이다. 언니도 동생도 콩국수를 좋아하지 않아서 엄마가 나를 위해 해주는 여름철 특별 음식이었다. (비슷한 예로 겨울철 팥칼국수가 있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콩국수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엄마는 이따금씩 계절 별미를 요리하기 좋아했는데, 콩국수는 우리 삼남매에게 그다지 인기 있는 메뉴는 아니었다. 언니나 동생은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럼 나까지 안 먹는 것은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엄마와 마주 앉아 콩국수를 후루룩 먹곤 했다.
처음에는 맛이 뭔가 밍숭맹숭하게 느껴져서 이걸 무슨 맛으로 먹지? 하며 둘째 딸의 책임감으로 의무적으로 먹었는데, 엄마는 내가 콩국수를 먹는 것을 꽤 뿌듯하게 바라보곤 했다. “언니는 먹어 볼 생각도 안 하는데, 그래도 너는 먹어서 좋아.” 하면서 말이다. 그럼 나는 그다지 맛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보란 듯이 국물까지 둘러 마시곤 했다.
그렇게 여름철이면 콩국수를 해먹은 시간이 몇 해가 쌓였다. 그 사이 엄마의 레시피도 업그레이드되었고, 나도 콩국수의 고소한 매력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검은콩을 넣었더니 더 맛있다거나, 깨를 같이 갈아 넣었더니 더 고소하다는 둥 나에게 비법을 이야기 해주었지만 유심히 들을 생각은 안 하고 국수를 후루룩 먹기 바빴다. (지금이라면 받아 적어두고 싶은 그리운 레시피이지만 말이다.) 여름이 오면 밖에서 콩국수를 사 먹을 생각은 못해도, 엄마와의 콩국수 타임은 꽤 즐기게 되었다.
결혼하고도 엄마는 나와 콩국수를 해 먹는 시간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신혼집에 놀러 올 때도 콩이나 오이, 면 같은 재료를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어깨 아프다며 소파에 누워있다가 곧 주방에서 뚝딱 콩국수를 만들어주곤 했다. 그러면 나는 그 수고스러움이 너무 유난스러운 것 같아 못마땅한 마음으로 “번거롭게 뭐 이렇게까지?” 툴툴대면서도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내가 국물을 남기면 엄마는 “아까워 들고 마셔~”하고 잔소리를 했다,
엄마가 떠나고 첫여름, 콩국수가 그리운 마음에 직접 콩물을 만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실패! 근처 맛집에 남편과 아들과 함께 가서 사 먹어 보았다. ‘엄마랑 다른 맛이지만 나름 고소하고 맛있네’ 하면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남편이 “너무 진하다, 텁텁하다” 맛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그래 맞아. 이거랑은 많이 다른데...
생각하니까 눈물이 펑펑 났다. 그리운 맛... 이제는 못 먹겠지?
언니는 엄마에게 제육볶음 레시피를 받아놨던데, 나도 콩국수 레시피를 좀 받아둘 걸 그랬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엄마가 뿌듯하게 얘기했던 콩국수 레시피를 좀 더 유심히 들어둘 텐데. 음식으로 남기고 간 사랑이 많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