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에세이] 알고리즘이 날 응원해

15년차 구성작가의 일상 구성

by 제윤김


"핸드폰이 우리 얘기 엿듣는대."


처음 들을 때만 해도 다소 황당하게 느껴졌던 '핸드폰 도청설'이 과학적으로 증명 된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무엇을 사고 싶다는 대화를 나눈 후 SNS에 관련 광고나 관련 숏폼이 뜨는 경험을 SNS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남편에게 호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다음 날 SNS 피드에 호주 여행 관련 콘텐츠가 뜨는 것 아니겠는가. 그럴 때는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무서운 알고리즘!'


AI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 '알고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여 내는 규칙의 집합'이라고 한다. 여러 번 유심히 읽어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개인 맞춤형 추천' 정도로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있다.


난 알고리즘의 정의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알고리즘은 나를 너무 잘 안다. 알고리즘은 내 취향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와 비슷한 유형의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짧은 영상을 피드에 띄워서 내 시간을 순식간에 잡아 먹는다. 알고리즘과 함께라면 SNS나 미디어 세상은 온통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로 가득 채워진다.


이렇게 날 잘 아는 알고리즘은 때로는 날 너무 쉽게 굴복시킨다.


살까말까 고민하며 가방을 검색한 이후 온갖 가방들이 피드에 뜨기 시작하면, '아냐 가방 많아'하며 절레절레하다가도 결국 주문을 하고있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취향저격으로 추천해주는 디자인 예쁘고 실용적인 가방들을 어떻게 끝까지 외면하겠는가.


‘프라이팬이 좀 오래됐나?’ 하고 검색한 이후 3중 코팅이니 스탠이니하는 온갖 성능 좋은 프라이팬들이 피드에 뜬다. 그것으로 요리를 하면 나는 마치 엄청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쓰기도 쉽지 않은 스탠 프라이팬을 기어코 주문했다. 지금은 달걀 프라이를 하다가 팬에 눌어 붙을 때마다 후회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알고리즘에게 내 마음을 들키는 게 무섭다. 내가 지갑을 열 때까지, 결국 무엇인가를 사서 욕구를 충족할 때까지 내 눈앞에 온갖 정보를 대령해 내기 때문이다. 마치 날 설득하고 말겠다는 듯이. 그래서 검색도 신중히 해야한다. 검색창에 '세부 여행'을 검색하는 순간, 세부 여행사의 광고들이 내 인터넷창의 한구석을 차지할 것이다. 의지가 약한 나에게 알고리즘은 때론 공해다.


그런데 최근 알고리즘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자 온갖 효과 좋은 다이어트 보조제와 다이어트 정보가 주어지는 것 아닌가. 다이어트에 효과 좋은 저탄고지 요리법에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소개해 주고 다이어트에 관련 명언까지 알려주었다. 알고리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목표 수치인 -5kg은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내 의지만 따라와 준다면)


그런 피드들을 보며 생각 했다.


"우와, 알고리즘이 날 응원해!"


새해가 되며 올해는 꾸준히 글을 써보자하는 계획을 세웠다. '에세이 쓰기'라든가 '글쓰기'를 키워드로 검색을 하자, 그 이후 내 피드에는 '글쓰기 강의'나 '책 내는 법'과 관련한 피드들이 연이어 뜨기 시작했다. 희미해지는 글쓰기에 대한 의지를 알고리즘이 잊지 않게 해주더니 심지어 한 문예지에서 하는 공모전에 관한 글을 추천해주는 것 아닌가. 이끌리듯 그 피드를 터치한 나는 생전 처음 글쓰기 공모전에 응모라는 걸 해보았다. 마감 기한을 2주 앞두고 있었는데, 알고리즘 덕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중한 첫 도전을 한 것이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 입상까지 이어진다면, 알고리즘에게 영광을 돌려야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무엇인가를 결심하더라도 알고리즘에게 들키는 것을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되겠다.

알고리즘이 날 응원할 테니까.


(사실 나의 소비 요정 본능 실현에 좋은 핑계가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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