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질문 : 소소인문 온라인 글쓰기 <영화에서 건져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9기
대답을 안 하거나 못한다기보다는 보류 중인 질문이 하나 있다. 고대 그리스 미술의 특징은?이라는. 지금 시리즈로 써가고 있는 글이 있는데, 쉬운 서양미술사 이야기다. 선사(원시) 시대 미술과 고대 이집트 미술의 특징을 썼고 이제 고대 그리스 미술을 쓸 차례다. 꼭 순서대로 써야 하는 건 아니고 일단 쓴 다음 나중에 시대별로 묶어도 되는데 순서에 집착을 보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 막히고 있는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쉬운 서양미술사 시리즈가 정말 쉽고 재미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집에 웬만한 서양미술사 책은 다 있다. 잘 쓴 책들이다. 그 책들을 보고 머릿속에서 소화시키는 중이다. 개념이 한눈에 확 떠오르는, 서양미술사의 맥이 잡히는 글을 위해서다.
나는 전공자 혹은 전문가를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예술 분야에 관심이 생긴 입문자 혹은 학생을 위해 쓰고 있다. 알아보기 쉽고 이해가 빠른 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그렇게 쓰면 되잖아? 문제는... 아는 게 많아질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고 고민이 많아진다는 사실.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을 엮은 도널드 프레지오시는 미술사를 단일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라고 한다. 미술사를 바라볼 때 다양한 시선, 또 다른 가능성, 다층적인 의미를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내가 쓴 쉽고 재미있는 서양 미술사가 누군가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나아갈 기회를 제한하는 게 될까 봐.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었다. 우선은 내가 그 모든 것을 모두 책임질 만한 고수가 아니고 나조차도 계속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니, 현재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최선을 다할 것. 내가 쓴 글 이외의 시선도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글을 써야겠다. 쉬운 서양미술사를 쓴 후에 조금씩 다른 시선들도 보완하며 나아가야지. 완벽을 추구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수를 인정하며 나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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