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숙제 하나를 남긴 2019년 여름휴가
" 당신은 내 상태가 좋을 때는 곁에 있고 사랑을 주는데
정작 내가 사랑을 바라는 순간에는 곁에 없어.
정말 당신이 필요한 순간은 그때인데,,,
내 마음이 건강하지 않아서 내가 나를 상처 내고 있을 때,
그때 정말 당신이 필요해.
하지만 그런 순간에는 나와 함께 있으려고 하지 않잖아.
나를 피하잖아.
그때 나를 그냥 안아줘. "
남편에게 이 말을 하던 나의 그 표정과 마음이
바위가 되어 쿵 내려앉는다.
약 5년 전으로 시간 이동한 기분이다.
그 말을 하던 내가 거울처럼 바로 앞에서 나를 비춘다.
5살, 3살 어린 조카들과 함께 있으면서 내가 그랬다.
아이들이 컨디션이 좋아서 잘 놀고 있을 때는
함께 있고 안아주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정작 아이들 마음이 아프거나 슬프거나 불편할 때는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고 덥고 졸려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때,
스스로가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는 그 순간에
안아주고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내가.
왜냐면,,,
그때 함께 있는 것, 머물러 주는 것은 피곤하고 힘든 일이니까.
에너지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필요한 일이니까.
나는 내 몸 하나 챙기는 것도 버거워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좋은 순간, 나에게 사랑을 주는 순간에만 좋은 이모였다.
나의 자리로 돌아오면 다시 그리워하고 미안해하고 아파할 거면서,
이런 장면을 여러 번 거치고 나서야 나는 깨달는다.
내가 남편에게 했던 그 말의 주인이 모두 '나'였다는 것을.
남편에게서 나를 발견하고는
아파하고 슬퍼하고 힘들어했다는 것을.
내 안에 있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너무 많고 가혹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잣대는 상대를 향하기도 하지만
나를 향하는 가시 이기도 하기에
의지를 가지고 나를, 그리고 상대방을
용서하고 인내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의 첫 조카에게 나는 늘 미안하다.
어른인 나보다 더 마음이 부드럽고 넓은 나의 어린 조카는
먼저 이모에게 마음을 담은 손을 건넨다.
"이모부는 어제 우리 집에서 잤는데 이모는 안 잤으니까
우리 집에서 자고 가요"라고.
먼저 안아주고 입을 맞춘다.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말수가 줄어든다.
서운하고 아쉽다는 마음이 묻어난다.
내 안에도 사랑이 있다는 것과
내 마음 그릇의 크기를 늘 알게 해주는 나의 어린 조카를,
나는 사랑한다.
가슴이 시리도록 사랑한다.
" 마음이 많이 불편하지?
당신이 조카들 많이 사랑하는 거 알아.
여보, 아이들이 잘 놀고 있을 때에는 에너지를 아껴봐요.
그리고 정말 필요한 순간에 사용해.
마음을 알아주고 만져주는 거 당신이 잘하는 거잖아 "
돌아오는 길에 (이제는 내가 힘들어할 때 안아주는) 남편이 나에게 말한다.
이모, 내가 힘들어하는 순간에 나를 안아 주세요.
그때가 정말 사랑이 필요한 순간이에요.
조카의 마음의 소리가 이제야 내 귀에 들린다.
남편에게 내가 했던 그 절절한 말을 정작 나는 못 듣고 있었구나.
'내가 걸려 넘어지는 모든 순간은
내가 인생 가운데에서 배워야 할 과목'이라고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했지.
나의 2019년 여름휴가는 내 마음에 숙제 하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