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를 견디게 설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래도 푸드 코트는 사람들 앉는 데랑 무거운 주방기구 놓는 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 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_박동훈
"인생의 내력이 뭔데요?"_이지안
"하, 몰라."_박동훈
"나보고 내력이 세 보인다면서요."_이지안
"내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정말 큰 일물 하나 나오나 싶었는데,
근데 그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뜬금없이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 버렸어.
그때 걔네 부모님도 알아 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걔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것도 갖지 않은 인간이 되어 보겠다고.”
다들 평생을 뭘 가져 보겠다고 고생고생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다고.
무의식 중에 그놈 말에 동의하고 있었나 보지.
그래서 이런저런 스펙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쓰여 있는 네 이력서가 훨씬 세 보였나 보지."_박동훈
외력
외부로부터 구조물에 가해진 힘으로, 하중 및 지지점 반력(反力) 등이 있다. 외력에 의해 구조물의 내부에 생기는 힘을 내력 또는 응력이라 한다.
내력
구조물 · 부재 · 접합부 등이 외력을 받아서 파괴하기까지 견딜 수 있는 최대의 하중.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봤습니다. 한참 사람들이 볼 때는 "다들 보는데 뭘 나까지"라는 생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속 내용이 온통 회색빛의 어두운 느낌일 것 같아서 외면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채, 소녀가장, 장애, 사업실패 등의 단어가 그때는 너무 무겁게 느껴졌어요. 아이유가 연기한 이지안의 표정과 눈빛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삶이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이선균이 연기한 박동훈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였습니다. 그가 뱉어내는 숨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나의 내력이 조금 더 세져서 이제는 이 드라마를 볼 힘이 생긴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2020년 초, 스페인에서 코로나를 겪으며 내력이 조금 세진 느낌이 듭니다. 내가 두려워하고 있던 것의 실체를 만났습니다. 나의 두려움은 지켜내고 싶은 것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과 중요한 줄 알았던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우선순위가 새롭게 정렬되었습니다. 인생의 필수과목을 이수한 기분입니다.
박동훈의 직장이 삼안 E&C이고 그가 구조기술사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가 부하직원에게 "구조기술사는 정치하지 않는다. 구조만 본다."라고 한 말과도 연결됩니다. 누군가에게 하는 조언이나 질책은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상대방을 향한 조언도 실은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말입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한 말로 정곡을 찌릅니다. 내가 요즘 어떤 말을 많이 하는지 살펴보면 나의 상태가 보입니다. 누군가가 요즘 가시 돋친 말을 많이 한다면 그는 지금 스스로를 찌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안과 밖은 연결되니까요.
어쩌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박해영 작가님의 스스로를 향한 응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작가님은 아마도 8화에 나오는 박동훈의 '내력과 외력' 대사를 위해 이 드라마를 썼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세상의 어떤 외력을 나의 어떤 내력으로 견디고 있을까. 이대로 괜찮은가. 내력을 세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래서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드라마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입니다.
* 내가 내 인생의 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 나의 내력은 무엇일까?
* 내 인생에서 구조기술사는 누구일까?
*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무엇일까?
*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무엇일까?
*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은 무엇일까?
* 내 이력서에서 스펙을 모두 지우면 무엇이 남을까?
*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 이지안의 달리기 같은 것이 나에게는 무엇일까?
* 나는 무엇을 원하나?
* 그것은 나의 내력을 세게 하는 것인가?
* 나에게 정말 필요한 내력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