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주인장이 알아야 할 HRM
나는 국내 바리스타들이 받는 임금이 타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낮다고 생각해. 물론 여러 산업 간에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얼마를 더 받냐 못 받냐를 단순 평가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봐. 다만 커피업에 있다 보니 바리스타의 급여 체계에 대해 우리가 한 번쯤은 짚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 임금제에 대해 각자가 가진 생각들이 서로 달라. 자영업을 직접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경우는 최저임금제가 1만 원에 육박하게 되면 직원을 고용할 엄두가 안 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반면 바리스타들의 경우나 단순 아르바이트의 경우는 최저 임금이 1만 원 정도는 돼야 자신들의 생계가 그나마 문제없이 지속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지. 사실 이 모든 건 장사가 잘 된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야. 그 넘의 부동산 임대료와 높은 고정비, 그리고 너무나 많은 경쟁 업체들과의 치열한 제로섬 게임 등이 카페들 간에 부익부 빈익빈의 결과를 초래하는 거지.
뭐,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엄청난 논쟁을 벌여야 돼. 너무나 다른 관점들이 있고 통제해야 할 많은 변수들 덕분에 며칠이고 토론을 해야 답이 나올까 말까 한 얘기들이지. 그래서 그냥 우리가 받는 평균적인 바리스타 급여에 비해 내 역량을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근거 정도만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많은 바리스타들을 채용하는 오너의 입장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 지표들을 을 토대로 면접이나 서류 전형을 보게 되지. 물론 나한테 개인적으로 물어오는 많은 바리스타들의 질문이기도 한 것인데 일일이 대답하자니 제법 귀찮기도 하고 한 방에 답변하려고 이 글을 쓰는 거야.
다음부터 설명하는 바리스타 지표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이게 맞다 틀리다고 지적질 좀 하지 마. 그냥 서로 다른 생각일 테니 그렇게 판단하라고. 그래도 카페 사장이라면 이런 역량 지표가 아마 대략적인 표준이라고 생각하지 아닐까 싶기는 해. 자, 이제 시작하자고~~~
: 바리스타의 기본 역량 지표. 가장 우선시되고 가장 기초적인 평가 항목. 출근 후 세팅 잡는 건 기본이고 커피 맛에 대해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함. 커핑을 통해서 커피에 대한 개성과 특징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고 로스터가 제공하는 원두에 대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추출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에스프레소이든 브루잉이든 어떠한 도구나 장비가 주어지더라도 거기에 맞게 추출할 수 있다면 당신은 최고의 추출 스킬을 가진 바리스타!
: 카페는 기본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됨. 따라서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확고하게 갖춰져 있어야 함. 간혹 내가 추출 좀 한다고 고객 앞에서 주름잡고 깝죽거리는 바리스타가 있는데 이런 점이 바로 서비스 마인드가 결여됐다고 생각하면 됨. 고객이 반드시 왕이라는 건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고객을 접대하고 응대하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 마인드!
: 어떠한 카페도 매출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 먹고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사장만 아등바등 매출 올리려고 뛰어다니는 게 아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카페를 어떻게 마케팅하고 홍보해야 하는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카페의 매출이 올라야 자신의 급여도 함께 오르는 거다. 특히 마케팅과 홍보란 것이 생각보다 많은 공부를 해야 하니 역량 평가에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고객들과의 원활한 소통이고 둘째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끼리의 소통이다. 고객의 요구나 그들에 대한 서비스에 대해 무엇을 정확히 제공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서비스 마인드와 다소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구분되는 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대화 능력이 핵심이라는 거다. 그리고 팀원들 간에 소통이란 건 바로 팀워크를 의미하는 거다. 서로에 대한 배려, 협동심 등은 대화와 의사소통을 통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법. 팀원들 간에 왕따나 나 혼자 잘났다는 독불장군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 비즈니스 마인드와 연계된 점이 있다. 숫자에 강해져야 한다는 건데 이 숫자라는 건 회계, 재무와 같은 운영에 관한 것도 있고 메뉴 개발 시 원가 계산 같은 단순한 산술법이라는 것도 의미한다. 그리고 깊이 들어가면 판매 메뉴들의 통계 자료 분석, 고객들의 행동 패턴에 대한 통계적 분석, 월별/일별/요일별 판매 데이터 분석 등 숫자를 다루는 것에 강하면 마케팅과 홍보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방법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릴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제일 말 같지 않은 소리지만 제일 사장들이 중시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나도 직장 생활해 본 사람인지라 이런 말 하긴 웃기지만 회사일을 내 일같이 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의 주인의식만 가줘 준다면 사장들이 당신을 평가하는 기준에 있어서 위의 모든 항목들보다 우선시 될 수 있다.
: 커피란 것이 감성적 음료이기도 하다. 다른 음료나 주류도 많은데 유독 커피만은 감성을 중요시한다. 그러다 보니 라떼 아트와 같은 예술적 능력이 중시되기도 하고 블랙보드나 POP, 메뉴판 등을 만들 때 예술적 감각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이걸 못해서 늘 업체에 맡겼었고 지금은 내부 디자이너를 통해 홍보물을 디자인한다. 만약 바리스타들이 손글씨, 즉 캘리그래피라든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매장 꾸미기나 홍보물 만들 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면접 볼 때 이런 부분을 어필하면 꽤나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에 확신한다. 그리고 이건 좀 애매하긴 한데 옷 입는 스타일링도 이 항목에 포함할 수 있다. 유니폼을 입는 곳은 어쩔 수 없지만 자유복을 입는 곳에서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모습도 일정 부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긴 하다. 물론 난 이 부분에서도 꽝이다!
: 카페는 종합 예술과도 같다. 감각적이고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면, 그리고 추출에 있어서는 과학적인 면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카페 운영이다. 고객들이 중시하는 카페 방문의 기본 요소 중 하나는 음악이다. 커피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다르듯 음악적 취향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은 카페 음악 선곡에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다. 그 날의 분위기, 고객들의 선호도, 날씨, 기념일 등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를 다르게 갈 수 있다면 카페 내에서의 최고의 DJ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장점 중 하나가 될 것임!
우선 낯 간지럽지만 나를 예로 들어서 지표를 그려 봅세. 지표 당 5점 만점으로 했을 때 나란 넘의 바리스타로서 역량을 그려 보면 아래와 같겠어.
나는 역시 예술적 능력과 디제잉과 같은 감수성은 거의 자격 미달에 가까워...ㅜㅜ
하지만 평점이 3점만 넘어도 기본적인 역량이 매우 우수하다고 생각하면 돼.
다시 말하지만 이거 모두 내가 크레이저 커피의 바리스타를 채용할 때 쓰는 지표이고 우리 회사 내에서 바리스타로서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인 거야. 아무튼 모든 역량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배워 나가는 것이야. 열심히 하나하나 채워 나가다 보면 어떤 매장에서도 데리고 가고 싶은 최고의 인재가 되지 않을까 싶네. 아니, 이 모든 역량에 있어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면 카페를 직접 창업하는 게 좋겠구먼...^^;
* 근데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인성이라는 거야. 위에 열거한 8가지 지표는 바리스타의 역량에 관한 것이지만 성실성, 신뢰성, 도덕성 등등의 사람 됨됨이가 제일 우선인 거 알지? 아무리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사람 됨됨이가 안 되면 실력 따윈 볼 필요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