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박나래가 먹는 음식 먹을 수 있다고요!
아버지의 이상한 결론
화창했던 어느 날, 유난히 조용한 날이었다.
나는 잠시 거실로 나왔다가 흘끗 티브이를 보고는 "아, 이래서 조용했구나."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루 종일 트로트 방송만 보던 아버지가 웬일로 "나 혼자 산다"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아버지의 감탄사가 발길을 붙잡았다.
"왜요? 뭔데요?"
"아이고, 손도 크다, 허허. 저 음식 만든 것 좀 봐라."
티브이에는 박나래가 추석이라고 만들어 놓은 엄청난 양의 음식들이 보였다. 거의 끝날 무렵이었는지, 박나래가 음식을 잠시 치워두고 배달음식을 받으러 가는 장면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박나래가 양손에 바리바리 배달 음식을 받아와서 식탁 위에 펼쳐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더니 또다시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는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돈을 잘 버니까 저렇게 시켜 먹기도 하고. 허허허."
나는 아버지 말에 진짜 '(⊙_⊙)?' 이런 표정을 지었다.
"지금 피자 시킨 거 아니었어요? 저거 그냥 피자 아니에요? 어디 금가루 뿌린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먹는 피자 시킨 거예요?"
"돈이 많으니까, 저렇게 시켜 먹지."
PPL이었는지, 어떤 피자인지 줌인으로 큼직하게 보여준 방송 덕에 나는 바로 배달 앱을 켜고 박나래가 먹고 있는 피자를 시켰다.
"돈이 박나래만큼 많지 않은 나도 시킬 수 있는 피자네요. 시켰으니까 이따가 먹어봐요. 어떤 피자인지."
"시켰어?"
아버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묻더니, 다시 티브이에 집중했다.
아버지는 평상시에도 "저 사람은 돈이 많으니까, 저런 곳도 가는 거야. 저 사람은 벌이가 좋아서, 저런 걸 사 입는 거야."라는 식의 말을 자주 하셨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으로 그냥 툭 튀어나온 말인 줄 알았는데, 왜 좋아하지도 않는 피자를 시켰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 거지?
배달 온 피자를 먹으면서, 나는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아빠, 저 사람은 돈이 있어서, 돈이 많으니까, 그런 말은 자주 하는 거 아니래요. 우리 집 피자 한 판 정도는 시켜 먹을 정도 되잖아요."라고 말을 건넸다.
아버지는 "응." 한 마디를 던지고는 정말 맛있게 피자를 드셨다.
맛있게 드시는 건 참 좋은데, 이 찜찜한 기분은 도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