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몇 시간만 일하고 싶다.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 도전기

by 윤다서영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가진 해가 2001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 20대 열정 가득한 청춘이었기에 나는 짧게 짧게 근무하고, 해외로 돌아다니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서른 살이 된 후, 3이라는 숫자의 위력인지 갑자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 느껴졌다. 결혼도 해야 할 거 같고, 내 집 마련도 생각해야 하고, 이것저것 걸리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그래서 31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오래일 할 수 있는) 직장을 구했다. 그때부터 쉬지 않고 6년을 일했다. 잠깐씩 일하다가 해외를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던 나에게 매일 같이 반복되는 출근과 야근, 잦은 출장과 주말 근무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었다. 내 시간은 전혀 없는 오롯이 직장을 위해 살아가는 타임 루프의 삶은 오늘이 전날과 다르지 않았고, 내일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 무의미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2011년인지 2012년인지 우연히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채용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반복되는 야근과 불안정한 고용으로 지쳐있던 나에게 하루 4시간 근무할 수 있는 공무원 채용 기사는 정말 하늘이 내려준 꿈만 같은 소식이었다.


직장 생활은 하루 8시간 근무에 플러스 야근이 기본이라고 믿고 산 세월이 몇십 년인데, 하루 4시간 근무에 정년퇴직이라는 공무원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니?!


<참고>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 : 능력과 근무의욕이 있으나 종일 근무는 곤란한 인재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근무시간을 선택하여 근무하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14년부터 채용) 참고로 기관장 허가 시 겸직이 가능하다. (출처: 인사혁신처)


나는 그 즉시 관련 기사를 스크랩했고, 채용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즈음에 근무하던 기관(공기관에서 근무했기에 나는 공무원의 혜택을 온몸으로 느끼던 중이었다.)이 사라졌기에 일을 쉬고 있던 나는 오직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 소식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2014년 모집공고가 올라왔다!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지원했다. 경쟁률은 높았지만, 1차를 문제없이 통과했기에 2차 면접시험도 가뿐히 합격할 거라고 자신했다.(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근자감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깔끔하게 탈락.


탈락하고 난 후, 내 인생 가장 힘든 시기가 다가왔다. 백수에 30대 중반 가진 것 하나 없는 미혼의 여자, 최악의 배경 속에서 나는 주위 눈치에 떠밀려 일을 구하기 시작했다. 시간선택제 채용 두 번째 모집 공고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짧은 기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안 그대로 직장 구하기 어려운데 바로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기에, 토익 시험도 보고, 한국사 시험도 보면서 하루하루 눈칫밥을 먹으면서 힘겹게 지냈다.(집에서 눈칫밥을 준 적은 없었지만, 그냥 나 스스로가 한심해 미칠 것 같아서 눈치를 심하게 봤었지요.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기를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하필이면, 당시 가족 내 안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생기면서, 해결하려고 이리저리 발로 뛰어다니며 돌아다녔는데,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두 번째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첫 번째 도전할 때 면접에서 떨어졌기에 나는 공무원 면접 후기를 폭풍 검색해서 읽고 또 읽었다. 다행히 두 번째도 1차는 바로 통과되었기에 나는 면접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면접날. 첫 번째 탈락으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장에 갔다. 그리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장을 걸어 나왔다.


첫 번째 탈락 이후,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자존감은 낮아져 있었지만, 대신 세상사 두려움은 많이 사라져 있었기에 두 번째 면접은 긴장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봤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득이 됐는지 최종 합격!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신이 났었다. 밤늦은 시간(새벽녘이었던 것 같다.)에 친한 지인들한테 카톡으로 합격했다고 제 다 알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