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60살까지 근무하지 않을까요?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 근무기

by 윤다서영

내가 근무하는 기관은 2015년부터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시선제)을 뽑기 시작했다. 나와 내 동기들이 첫 번째 시선제 공무원들이다.


그래서 우리 기관은 시선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다. 인사담당자만 조금 알고 있는 정도였으니, 일반 직원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래서 근무 초반에는 당황스러운 일이 꽤나 많았다.


☞ 선생님들은 업무 속도가 왜 이렇게 느린 거죠?

나는 업무에 있어서 만큼은 성격이 급한 편이다. 예전 직장 동료들은 급한 일이 아니면 제발 느긋이 처리하자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 와서 처음으로 일 처리가 느리다는 말을 들었다. 당황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이 하루 종일 해야 할 업무라면 당연히 나에게는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 4시간 근무자라는 걸 직원들은 인지하지 못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그런 오해는 사라졌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참 많이도 속앓이를 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내가 하나 얻은 건 있다. 내 업무 처리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사실? 진심 날아다닌다.


☞ 저녁 먹고 일하시죠.

같이 들어왔던 동기 중 한 명의 이야기다. 나는 오후(13~18시) 근무자였고, 동기는 오전(9시~14시) 근무자였다. 그런데 오전 근무자인 동기의 얼굴이 몇 날 며칠 동안 오후 내내 보였다. 동기는 임용되고 한 달 동안 개인이 쓸 수 있는 최대치의 초과근무를 썼다고 했다. 본인이 아무리 오전만 근무하려고 해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업무 때문에 도저히 퇴근을 할 수 없었다며 힘들어했다. 지금이야 조절해서 근무하고 있지만, 당시 힘들어하는 동기를 보며, 그렇게 원했던 시선제였는데, 처음으로 시선제에 대해 회의감을 가졌다.


☞ 아이가 지금 몇 살이에요?

시선제 근무를 시작하면서 정말 많이 들어본 질문 중 하나이다. "지금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아이 키우기 참 힘드시죠?"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 미혼인데요."라고 답하면, 열에 아홉은 몹시 당황하며 "시간선택제라고 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래도 이런 분들은 시선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분들이다. 시선제가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제도라고만 생각해서 그런 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나마 관심 가져준 고마운 분들이다. 그래서 그냥 스쳐 지나가며 안부 인사하듯 묻는 몇몇 분들에게는 "네, 아이 키우기 참 힘드네요."라며 대답한다.


선생님, 언제 그만두세요?

예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었던 직원(내가 일하던 기관으로 파견을 왔었음)을 지금의 기관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로 간단한 대화는 하는 사이였기에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 직원은 자신의 기관에는 웬일이냐며 물었고, 나는 앞으로 여기서 근무하게 됐다고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짧은 대화 중에 시선제로 근무한다는 이야기와 시간 되면 식사 한 끼 하자고 말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그 직원은 내 신분에 대해서 또다시 물었다. 그리고 "공무원이라고요?"라며 신기해하는 직원에게 나는 다시 한번 시선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또다시 그 직원을 만났다.

"선생님. 언제까지 일하세요? 그만 두기 전에 식사해야죠?"

"... 그만 두기 전요? 아마도 60살이 퇴직이니깐, 그때 그만두지 않을까요?"

"네? 계약직 아니었어요? 시간 뭐 어쩌고 그러셨잖아요? 하루 4시간 근무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또다시 시선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아, 그럼 공무원이에요?"

나는 그 직원의 표정에서 다음에도 지금과 똑같은 질문을 한다는 거에, 내 손모가지를 걸ㅇ.., 장담을 했다.


이 외에도 인식 부족으로 인한 자잘한 일들이 꽤나 많았지만, 전일제 근무가 당연하다고 알던 시절이었기에 이질적인 시선제에 대한 이해 부족은 있을 수 있다고, 지. 금. 은 이해할 수 있다. (초반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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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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