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더하기 한 사람은 한 명이 아닌데요.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 근무기

by 윤다서영

한 명의 자리, 한 대의 컴퓨터, 동일한 업무 그리고 겹치면 안 되는 시간.


우리는 두 사람이었지만, 한 명이 되어야 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14시 출근인 나는 조금이라도 일찍 오면 오전 근무자가 일을 마칠 때까지 사무실 밖에서 기다렸다. 오전 근무자는 기다리는 나를 보며 하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허둥지둥 서둘렀다. 그리고 14시가 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바통터치를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한 사람의 몫을 둘이 나눠서 한다는 것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뭐든지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이 함께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 겪어보지 않는 자는 입을 다물어야 하나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두 사람이 한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동일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물론, 서로 다른 업무도 맡고 있었다. 다른 업무의 경우 업무 처리가 느리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관련 내용) "아마도 60살까지 근무하지 않을까요?")

많이 양보해서 컴퓨터는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업무는? 만약,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보고서의 내용과 양식은 매일같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은 한 사람이 되어서 완벽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지 않았다. 내가 오후에 상사들과 회의를 거쳐서 수정한 내용이 그다음 날 오전에 또 다른 회의를 거쳐서 다른 내용으로 바뀌고는 했다. 쪽지나 문자 등을 통해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 공유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오전 근무자와 사소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컴퓨터 환경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없었다. 업무 보고서를 내 스타일대로 작업할 수 없었다. 점점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거기다 나는 오후 근무자라서 오전 근무자가 세팅해 놓은 일을 그대로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남의 자리를 빼앗고, 남의 업무를 보조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전 근무자 역시 나와 동일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몇 개월을 출근했지만, 소속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 부서는 문제점을 빨리 알아챘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나에게 개인 자리와 컴퓨터를 마련해 준 것이다.

나는 자리가 생기고 나서부터 개인 물품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는 내 개인 물품이 하나도 없었다. 오전 근무자가 가져다 놓은 실내용 신발과 몇 가지 물품들을 보면서 도저히 내 것을 가져다 놓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하나의 자리에 두 사람의 물건이 섞여 있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같은 기관이었지만, 두 명이서 꽤 오랫동안 한대의 컴퓨터로 근무한 분들도 계셨다. 그분들도 불편함을 호소했지만(일이 많아도 초근을 할 수 없는 문제 등), 오전(오후)에 비는데 왜 개인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에 포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 부서의 경우는 업무역량에 맞춰서 업무 분장을 다시 해줬고, 동일 업무를 없앴으며, 서로 시간이 겹쳐서 근무하는 걸 허락해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개인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중복 근무를 허락해주지 않은 부서도 있었다. (우리 기관은 전적으로 부서장에 따라서 근무 환경이 달라졌다.)


그런데 위의 일들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21년 10월 21일 국회 입법조사처[이슈와 논점]의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의 현황과 개선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선택 채용 공무원의 문제점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공무원 임용령」과 「공무원 임용규칙」은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의 주당 근무시간을 15시간 이상 35시간 이하의 범위에서 임용권자 또는 임용 제청권자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근무시간의 선택권은 원칙적으로 기관장에게 있는 상황으로, 시간선택제 공무원 개인의 사정이 고려될 수는 있지만 근무시간의 선택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소수점 정원 개념이 도입됨에 따라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개인 컴퓨터·책상 등 정원에 근거하여 지급되는 업무 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차별을 받는 사례가 있고, 동일 부처 내 상위계급에 시간선택제 공무원 결원이 없다는 사유로 승진이 제한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https://www.nars.go.kr/report/view.do?cmsCode=CM0018&brdSeq=36529


정원은 한 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명의 정원을 채우고 있다고,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한 명분보다는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내가 아는 시선제는 0.5만큼의 일도 안 해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전일제도 마찬가지 문제 아닐까?)


개인적으로 시선제에 대해 불만이 생길 때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우리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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