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레의 [꽈리 열매 앞에 있는 자화상] - 작품 편
[2025 KuGe] 상상 인터뷰 - 에곤쉴레
누쏠: 안녕하세요. 쉴레 씨,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당신 자화상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꽈리 열매 앞에 있는 자화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쁩니다.
쉴레: 사람들은 저의 자화상을 보고 이렇게 묻곤하죠: “왜 이렇게 자신을 기괴하게 그렸나요?“ 하지만 나는 단순한 초상을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 거울을 통해 나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해부하고 싶었습니다. <꽈리 열매 앞에 있는 자화상>은 나의 본질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누쏠: 본질이라... 그렇다면 이 자화상에서 자신을 이렇게 왜곡된 형태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쉴레: 인간은 언제나 자신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보이길 원하죠. 하지만 나는 그런 거짓된 이미지를 거부했습니다. 나는 인간의 불안정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신체를 왜곡하고, 선을 날카롭게 그린 이유는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자화상은 그런 나 자신의 고백입니다.
누쏠: 하지만 당시 빈의 사람들은 당신의 작품을 외설적이고 불편하다고 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쉴레: (코웃음을 치며) 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그림을 선사하려고 붓을 든 적이 없습니다. 예술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불편해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림 속에서 내면이요. 진짜를 보면 불편한 법입니다.
누쏠: 그렇다면 꽈리 열매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처럼 보이는데요.
쉴레: 꽈리 열매(physalis)는 나에게 단순한 식물이 아닙니다. 얇고 투명한 껍질 속에 감춰진 씨앗은 생명을 품고 있지만, 껍질은 금방 찢어지고 부서집니다.
전 이것이 꼭 인간처럼 느껴져요. 사람들은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실상은 연약하고 덧없는 존재입니다. 나는 꽈리 열매를 통해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누쏠: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쉴레: 예술은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인간의 고독과 욕망, 불안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요. 나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감탄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길 원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예술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거울이어야 합니다.
누쏠: 자화상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겠군요.
쉴레: 그렇습니다. 나는 내 자화상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동시에,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마주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예술은 그런 망각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누쏠: 그런데 이 작품에서 배경이 텅 비어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쉴레: 나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오직 나 자신과 꽈리 열매만 남겼습니다. 군더더기를 없애면 본질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은 나의 내면, 또는 공허함을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누쏠: 당신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쉴레: (조용히 웃으며) 내가 바란 것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작품이 그들에게 흔적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이 내가 예술가로서 해야 할 일이었겠죠.
누쏠: 마지막으로, 지금의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쉴레: 내 그림을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세요. “나는 누구인가?”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것입니다.
누쏠: 쉴레 씨, 오늘 귀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쉴레: 저도 이렇게 2025년 서울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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