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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uGe] 상상 인터뷰 - 조르주 쇠라

조르주 쇠라(1859-1891) - 작가편

by yune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

image.JPEG?type=w800 조르주 쇠라의 자화상

누쏠: 19세기 예술의 판을 뒤바꾼 인물이죠. 오늘은 점 하나로 미술사를 바꾼 조르주 쇠라 씨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쇠라 씨.


쇠라: 안녕하세요. 사실 이런 인터뷰… 저한테 익숙한 자리는 아니에요. (수줍게 웃으며) 조용히 화실에 앉아 붓을 드는 게 더 자연스럽거든요. 하지만 오늘 이 자리 생각보다 즐겁네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쏠: 맞아요. 낯을 가리신다고 들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먼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질문인데요. 에콜 드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에서 고전 회화를 배웠는데, 왜 인상주의나 자연주의에 머물지 않고, '점묘법'이라는 전혀 다른 길을 택하신 건가요?


쇠라: 보자르에서의 훈련은 제게 매우 중요한 기초였어요. 형태, 구도, 고전의 질서. 하지만 당시 미술계는 ‘순간’에 매달리고 있었죠. 인상주의찰나의 인상, 빛의 흔들림을 따랐고요. 그런데 저는 그 찰나를 ‘영원’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흔들리는 인상 대신, 질서 있는 구조 속에 담긴 감각. 그게 제가 찾던 회화였습니다.


누쏠: 그 ‘질서’가 바로 점묘법이군요. 색을 나누고, 점으로 분해해 다시 조립하는 방식. 그건 정말 과학처럼 느껴졌어요.




쇠라: 맞아요. 전 감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색채 이론과 광학을 공부했습니다. 미셸 외젠 셰브렐(Michel Eugène Chevreul, 1786~1889)의 『동시 대비 이론』은 제가 색을 다루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오그든 루드(Ogden Rood, 1831~1902)의 『근대 색채 이론』은 색상, 명도, 채도를 분리해 이해하게 해줬죠. 제 그림에서 빨강과 초록이 나란히 놓인 것도, 그냥 감각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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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브렐의 저서 『색채의 동시대비 이론』(1839), 속표지(좌)와 컬러도판 6, 7, 8(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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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의 저서 『 근대 색채 이론』(1879), 속표지와 컬러도판


누쏠: 그 말씀 들으니, 그림이 더 달라 보이네요. 빛과 색을 계산하고 쌓아서 만든 세계. 그런 방식, 당시 사람들에게 아주 새로웠겠는데요.


쇠라: 솔직히… 나의 작업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많이 외로운 일이었어요. 저의 방식은 낯설었고, 살롱에서는 거절당하기도 했죠.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독립전을 열었습니다. 그 때, 페네옹(Félix Fénéon, 1861~1944)과 같은 친구도 만났어요.

비평가였던 그 친구가 저에게 ‘신인상주의’라는 말도 붙여줬고, 제 그림《화장하는 여인》을 사주기도 했고요. 저의 열렬한 후원자였습니다.


누쏠: 그런 친구이자 지지자가 있다는건 정말 행운이에요. 그죠? 마지막으로, 쇠라 씨에게 ‘점’은 어떤 의미었는지 묻고 싶어요.


쇠라: ‘점’은 저에게 세계의 기본 단위였어요. 혼돈 속에서도 점을 찍으면 질서가 생기고, 색을 쪼개면 새로운 빛이 탄생하죠. 그렇게 하나하나 점을 찍으며, 저는 찰나를 붙잡고… 그것을 영원으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누쏠: 조용하지만 단단한 철학, 너무 인상 깊습니다. 오늘 말씀 정말 감사드려요.


쇠라: 저도 감사드립니다. 말보단 그림이 더 편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꽤 따뜻하네요. (조용히 웃는다)


사람들은 내 그림에 시를 본다고 말하지만 나는 과학만 본다.
Some say they see poetry in my paintings; I see only science.- Georges Pierre Seurat

### 본 매거진은 크라우드펀딩 (텀블벅) 후원을 통해 제작된 아트카드에 등장한 작가와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위해 발행되었습니다. 곧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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