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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uGe] 상상인터뷰-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물랑루즈에서 춤을> - 작품 편

by yune

<물랑루즈에서 춤을 (La danse au Moulin Rouge)>, 캔버스에 유채, 115.6x149.9cm, 1890. 필라델피아 미술관

<물랑루즈에서 춤을>, 앙리 드 퉅르즈 로트렉


누쏠: 선생님, 저는 파리 하면 에펠탑, 센 강, 그리고… ‘물랑루즈’가 바로 떠오르거든요. 화려한 뒷골목 문화의 진수가 느껴진달까! 그래서 오늘은 <물랑루즈에서 춤을> 그림 들고 왔어요. 진짜 파리 느낌 제대로 내보죠, 흐흐.


로트렉: 오, 물랑루즈! 내 인생 최고의 무대였죠. 그곳에선 모두가 가면을 벗고, 맨 얼굴로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춤추는 다리, 활짝 웃는 얼굴들… 하지만 그 뒤편에는 파리 사람들 각자의 사연과 슬픔, 피로함이 항상 깃들어 있었죠. 누쏠 씨는 혹시 물랑루즈에 가본 적 있나요? 진정한 파리를 알려면, 한 번은 그곳에서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놀아봐야 하거든요.

물랑루즈 입구 ®Wikipedia

누쏠: 아, 아직 못 가봤어요. 그런데 위 사진이랑 선생님 그림에서 물랑루즈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엄청 화려하네요.


로트렉: 누쏠씨, 물랑루즈는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기대감, 외로움, 피곤함, 희망 같은 감정이 함께 녹아 있어요. 무대에선 모두가 웃지만, 조명이 꺼지면 저마다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죠. 그림은 한번 볼래요?


누쏠: 네, 선생님의 <물랑루즈에서 춤을> 그림 속에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다들 멋쟁이예요.


로트렉: 네, 여기는 아주 유명한 파리의 카바레입니다. 당시 파리 핫플이라고나 할까요. 이곳은 1889년 문을 열었고, 제가 이 그림을 그린게 바로 그다음 해인 1890년도예요. 막 문을 연 물랑루즈의 열기와 생동감을 가득 담고 싶었죠.


누쏠: 가운데 무대는 정말 활기차고 화려하네요. 그런데… 화면 앞쪽, 구석에 조용히 걸어가는 여성이 눈에 띄어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고개를 살짝 든 채로요. 뭔가 굉장히 우아해 보이거든요.


로트렉: 예리하시군요. 대부분은 무대만 바라보느라 그녀를 지나쳐버리죠. 하지만 저는 이 두 세계의 대비에 주목했어요.


누쏠: 두 세계요?


로트렉: 물랑루즈는 단순한 오락 공간이 아니라, 계급이 섞이는 희귀한 무대였어요. 무희와 노동자, 예술가와 귀부인, 남성 고객과 외로운 여성들이 한 공간에 존재했죠. 하지만 보이시죠? 저 귀부인은 무대와는 철저히 분리된 위치에 있어요. 그녀는 이곳에서 무대의 중심이 아니에요. 한 공간에 있지만, 경계는 분명하죠.


누쏠: 그 말은, 그녀가 물랑루즈에서는 소외되었다 그 뜻인가요?


로트렉: 맞아요. 그녀는 사회적 위치로는 가장 위에 있을지 몰라도, 감정이나 삶의 열기에서는 오히려 가장 멀어 보이죠. 그 간극을 표현한 건데, 그걸 또 누쏠씨가 읽어 주니 기분이 좋네요.


누쏠: 그런데 저 한가운데 빨간 스타킹을 신고 춤을 주는 여성은 누구예요? 시선을 사로잡네요.


로트렉: 물랑루즈의 꽃은 댄서예요. 언제나 사람들은 이 댄서들의 몸사위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죠. 이 여성은 당시 신인 여자댄서인데, 발렌탱 르 데소세(Valentin le Désossé)와 춤을 추고 있네요.


누쏠: 어? 발렌탱 르 데소세? 저...... 그 이름 들어본 거 같은데. 뼈가 없는 댄서? 맞나요?


로트렉: 하하. 뼈가 없으면 안 되죠, 누쏠씨. (웃으며) ‘데소세’는 ‘뼈를 발라낸 사람, 그러니까 뼈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예요. 그의 본명은 쥘 리프르(Jules Renaudin)였고, 법률가였답니다. 하지만 밤에 물랑루즈에서 그의 몸사위는 사람들의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어요. 그는 무대에 오르면 별명처럼 매우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신기한 춤사위를 보였어요. 그리고 댄서들과의 완벽한 호흡 덕분에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답니다.


누쏠: 우와, 저도 너무 그 춤을 보고 싶어요. (아련) 무대 뒤와 관객석에도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실제 인물인가요?


로트렉: 맞아요. 물랑루즈의 저녁을 사로잡은 몽마르트르의 예술가들, 작업자들, 그리고 교묘하게 섞인 귀부인들과 신사들, 무용수들의 친구들이죠. 그림 우측 불그스름한 머리의 뒷모습 여성은 제 친구인 ‘쟌느 아브릴(Jane Avril)’에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구석구석을 보면 여러 실제 손님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각자의 이야기와 사연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는 것이죠.


누쏠: 친구분 쟌느 아브릴은 어떤 분이세요? 이 분 선생님 다른 그림에도 많이 나온 그분 맞나요?


로트렉: 오, 뒷모습인데도 알아챘네요. 맞아요. 전 그녀를 유난히 자주 그렸어요.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은 경험을 캉캉이라는 과격한 춤으로 승화시킨 인물이죠. 매우 지적이면서도 불안정한 면이 있었고, 그 균열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그녀는 예술 그 자체였어요.

Henri de Toulouse-Lautrec, <Jane Avril in the Entrance to the Moulin Rouge>, c.1892
Henri de Toulouse-Lautrec, <Divan Japonais>, 1892–93.

누쏠: 그런데 선생님의 그림은 무엇인가 특별함이 있어요. 전통적인 명암이나 깊이감보다는, 강한 윤곽선과 평면적 색, 과감한 구도가 인상적이거든요.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신 거예요?


로트렉: 누쏠씨. 저는 일본 우키요에 판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답니다. 단순하지만 대담한 구도, 평면적인 색, 인물이나 사물의 일부만 화면에 담는 과감함. 모두 일본 판화에서 배운 미학이에요. 그리고 그 시대 파리의 새로운 사진술도 참고했어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는 측면에서요.

누쏠: 아, 선생님만의 특별한 화풍은 이렇게 동서양의 색깔이 뒤섞인 파리, 그리고 물랑루즈의 열정을 모두 담아 만들어진 거네요. 오늘 이 그림을 통해 선생님의 시선과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로트렉: 저도 오늘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물랑루즈 꼭 한번 오세요.


누쏠: 아! 꼭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 본 매거진은 크라우드펀딩 (텀블벅) 후원을 통해 제작된 아트카드에 등장한 작가와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위해 발행되었습니다. 곧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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