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unstKammer

[2025 KuGe] 상상인터뷰-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앙바사되르 카바레의 아리스티드 브뤼앙> - 작품 편

by yune

<앙바사되르 카바레의 아리스티드 브뤼앙(Aristide Bruant aux Ambassadeurs)>,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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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쏠: (포스터 한 장을 펼쳐 보이며)

선생님, 이 그림… 아니, 이 포스터, 다시 봐도 진짜 압도적이에요. 검은 망토, 빨간 스카프, 저 눈빛. 오늘은 이 그림 얘기 좀 해볼까요?


로트렉: (크게 웃으며) 아리스티드 브뤼앙! 파리 밤거리의 늑대, 무대 위의 독설가. 내가 정말 애정했던 친구에요. 딱 봐도 존재감이 남다르죠?


누쏠: (같이 웃으며) 네, 존재감이 선생님 이상이에요. 하하.


로트렉: 브뤼앙은 당시 파리 샹송계의 스타였죠.이 포스터는 그를 위해 제작한 건데, 저 붉은 스카프, 넓은 챙의 모자, 검은 망토는 그 사람의 상징이었어요. 몽마르트의 밤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강렬했죠.


누쏠: 샹쇼~옹. 이분이 샹송 가수라는거죠?


로트렉: 그렇죠. 브뤼앙은 자기 카바레 ‘미를리통’을 열고 사회풍자 노래로 큰 인기를 끌었어요. 나와는 서로의 예술을 존중하는 사이였고, 이 포스터도 그의 요청으로 제작했죠. 심지어 본인이 직접 포스터를 공연장 안팎에 붙이지 않으면 공연 안 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애정이 깊었어요.


누쏠: 사실 이건 광고잖아요, 그런데 완전히 한 편의 회화처럼 느껴져요. 당시에 이런 예술적인 포스터가 흔했나요?


로트렉: 전혀요. 극장 주인은 너무 파격적이라며 반대했어요. 하지만 브뤼앙이 밀어붙였고, 덕분에 포스터는 공연장 안팎을 채웠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대중예술과 광고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포스터는 단순한 광고일 뿐이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했죠.

“벽에 붙는 그림도 사람을 멈춰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누쏠: 이 포스터 속 브뤼앙, 뭔가 비장한 느낌이에요. 무대 위도, 백스테이지도 아닌 어딘가에서 막 등장하려는 순간 같달까요? 무언가 터지기 직전의 ‘긴장된 정적’이 느껴져요.


로트렉: 좋은 관찰이에요. 이건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태도’의 이미지예요. 그가 노래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포스터는 말하죠. 강렬한 윤곽선, 평면적인 색면, 배경 없는 구도 - 모든 요소가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선택되었어요.


누쏠: 이 포스터에는 인물 하나뿐인데도 눈을 뗄 수 없어요. 정면도 아니고, 살짝 측면을 틀었는데… 오히려 더 강렬해요.


로트렉: 그게 바로 핵심이에요. 정면을 피함으로써 오히려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죠. 뒤로 흘러내린 망토, 입을 다문 채 바라보는 눈빛, 붉은 스카프의 힘. 그 모든 게 하나의 ‘무언극’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누쏠: 그런데 왜 빨간 스카프에요?


로트렉: 강렬하죠? 그게 브뤼앙의 ‘트레이드마크’였거든요. 사실 브뤼앙 본인이 즐겨 하던 스타일이에요. 검은 망토에 붉은 스카프는 그 자체로 상징이 됐죠. 검은 망토에 붉은 스카프는 그 자체로 그의 메시지였어요. 그의 목소리, 태도, 삶의 입장까지도 색으로 드러났죠. 한 장의 포스터 안에 모든 걸 담아야 했기에, 상징은 더욱 중요했습니다.


누쏠: 이 포스터엔 다른 인물도, 무대 장치도 없잖아요. 정면도 아니고, 측면을 약간 틀어선 자세에... 무대 위에서의 그의 모습! 너무 궁금해요.


로트렉: 아리스티드 브뤼앙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었어요. 가난한 이들을 노래하면서, 귀족들을 조롱했죠. 무대에 올라가 청중에게 욕을 퍼붓는 걸로 유명했어요. 근데 그게 통했어요. 다들 그런 그를 보러 카바레에 몰려들었죠.


누쏠: 선생님은 이 포스터로, 리소그래피를 단순한 인쇄물이 아닌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으시잖아요.


로트렉: 그 말 들으면 솔직히 기분 좋죠. 전 미술관 안에만 있는 그림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포스터야말로 거리에서 사람과 예술이 마주치는 열린 미술관이 될 수 있다고 봤어요.


누쏠: 지금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이 포스터는 거의 ‘신화’ 같은 존재예요. 색을 줄이고 메시지를 강조한 구성, 정보보다 분위기를 전하는 이미지. 브랜딩 교과서 같기도 해요.


로트렉: 하하, 재밌는 말이에요. 브뤼앙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마 틱톡 스타나 힙합 뮤지션이 됐을 거예요. 그의 존재감은 어떤 시대, 어떤 매체에서도 통했을 테니까요.


누쏠: 선생님, 오늘도 흥미로운 이야기 감사합니다. 이제 길에 붙은 포스터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선생님과의 상상 인터뷰! <앙바사되르 카바레의 아리스티드 브뤼앙> 포스터 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매거진은 크라우드펀딩 (텀블벅) 후원을 통해 제작된 아트카드에 등장한 작가와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위해 발행되었습니다. 곧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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