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드 툴로즈 로트렉 (1859-1891) - 작가 편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
누쏠: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앙리.. 드...... 툴..루즈..., 그리고 로트렉. 와 선생님 이름이 너무 어렵네요. ^^;;;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트렉: (웃으며)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입니다. 그냥 로트렉이라 불러주세요. 제 이름 긴 거 보면 눈치채셨겠지만, 저희 집안은 프랑스 남부 귀족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다른 귀족들처럼 우아한 삶은 산건 아니지만요.
누쏠: 아 ^^;;;; 그런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선생님 작품은 조금 삐딱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거든요. 그런데… 어릴 적 건강이 좀 안 좋으셨다고요?
로트렉: 그렇죠. 열세, 열네 살 때쯤이었나, 양쪽 다리가 다 부러졌고, 그 이후로 뼈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죠. 상반신은 성인인데 하반신은 어린아이 크기 그대로였어요. 사고도 그렇기는 하지만, 의사들은 유전 때문이라고도 하더라고요.
누쏠: 유감이에요. 선생님 ㅠ
로트렉: 아니, 괜찮아요. 어려서부터 이러니 또 적응이 되더라고요. 다른 귀족 자제들이 즐기던 사냥도, 운동도, 사교모임도 저는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것 같네요. 신체는 자라지 않았지만, 관찰력은 늘었다고나 할까요. 하하.
누쏠: 맞아요. 선생님의 시선은 뭔가 남다릅니다. 사람들이 선생님을 '밤의 화가', '몽마르트의 작은 거인' 등으로 불러요.
로트렉: 저는 19세기말 파리, 몽마르트 거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죠. 밤의 카바레,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그렸어요.
누쏠: 몽마르트라면... 그 유명한 물랭루즈! 그 그림도 자주 보이더라고요.
로트렉: 맞아요. 물랭루즈. 그곳의 카바레는 제 작업실이자 무대였어요. 댄서들, 술꾼들, 가수, 매춘부… 그들은 내겐 모델이었고, 친구였고, 삶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 사람들이었죠.
누쏠: 선생님 그림 속 인물들, 특히 여성들이 굉장히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눈빛이나 손짓 하나도 진짜 같다고 느껴져요.
로트렉: 저는 그들을 낭만화하지 않으려 했어요. 무대 뒤의 진짜 얼굴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예쁘거나, 비참하게만 묘사하고 싶지 않았죠.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고요.
누쏠: 무대 뒤, 옷 갈아입는 인물,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 이런 것들은 그냥 쓱 보고 그릴 수 있는 장면이 아니거든요.
로트렉: 제 그림 속 주인공들은 모두 나름의 고단한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이에요. 댄서들도, 가수들도, 길거리 여성들도... 저는 그들의 모습을 정말 많이 관찰했습니다.
누쏠: 그림을 보면, 애정과 연민이 동시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포스터거든요!
로트렉: 하하, 맞습니다. 포스터 작업은 정말 즐거웠어요. 길거리에 붙여질 그림이라면 단박에 눈에 띄어야 하니까, 강한 색, 두꺼운 윤곽선, 단순한 배경을 사용했죠.
누쏠: 리소그라피 포스터를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으시는데요.
로트렉: 이건 광고이지만, 저에게는 ‘예술’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포스터가 ‘거리의 미술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화랑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길에서도 예술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리소그라피(석판화)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만날 수 있어서, 그게 좋았어요.
누쏠: 정말 그 말이 와닿아요. 선생님의 작품은 시대를 앞섰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림과 그래픽, 예술과 대중이 만나는 접점이랄까?
로트렉: 맞아요. 전통적인 회화보다 더 빠르게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누쏠: 강렬한 색, 단순한 선, 독특한 구성. 이런 감각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으신 거예요? 프랑스 귀족 가문의 느낌은 아닌 거 같아서요.
로트렉: (웃으며) 확실히 전통 귀족 교육에서는 이런 감각이 안 나오죠. 제 작품에 영향을 준 건 일본 판화, 특히 우키요에예요. 일본의 평면적인 구도, 강한 색면 처리, 그리고 과감한 생략—이게 저한테는 너무나 신선했어요. 화면의 여백을 활용하는 법, 움직임을 포착하는 법을 그들에게 배웠죠. 그리고 또 하나, 몽마르트의 거리에서 느낀 즉흥성과 리듬감, 그게 제 손끝에 스며든 거 같아요.
누쏠: 그래서 작품을 보면, 그냥 ‘묘사’가 아니라 움직임이 느껴지는 거군요. 춤이 막 시작되거나, 막 멈춘 순간 같아요. 포스터가 아니라, 하나의 무대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선생님의 그림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같아요.
로트렉: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저는 지금도 몽마르트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그리며 웃고 있을 거예요. 몽마르트 오게 되면 연락하세요. 제가 파리의 진짜 밤문화를 보여드릴게요.
누쏠: (웃으며) 오늘 긴 시간 감사드려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선생님과의 상상 인터뷰였습니다!!
나는 그림을 그릴 줄 알았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에 그렸다.
나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 진실을 그리려 했다.
I knew how to draw, and I drew because that was the only thing I could do. I have tried to do what is true and not ideal.
### 본 매거진은 크라우드펀딩 (텀블벅) 후원을 통해 제작된 아트카드에 등장한 작가와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위해 발행되었습니다. 곧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도 구매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