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27 월요일
계절에 따라, 기온에 따라 옷 입히기가 어려울 때 나는 검색창에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가 있다.
‘오늘 날씨’, ‘기온별 옷차림’ 또는 ‘기온별 아기 옷차림’
이렇게 하는데 첫 번째로는 내가 있는 지역의 최고기온과 최저 온도를 보고 현재 체감온도까지 check!! 그리고 1호가 어린이집에서 산책하는 시간대의 기온을 파악한다. 그다음은 기온별(아기) 옷차림을 검색해서 산책 시간대의 기온에 맞는 옷차림으로 맞춰 입으면 딱 알맞게 입고 나갈 수 있다. 근데 지금처럼 바람은 차갑지만 햇볕은 따가울만치 뜨거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럴 땐 그냥 추운 것보단 더운 게 낫겠지 하고 그러려니 보낸다.(거실 창에 드는 햇살은 너무 따듯해 보였기 때문에. 가볍게 입혔다가 보기와 다르게 진짜 추워서 감기에 세게 들면 어쩌지 갈팡질팡... 입혔다가, 벗겼다가, 갈아입혔다가 아주 옷 입히기로 진을 뺏다.)
1호의 어린이집은 오전 9시 35분에 등원 차량이 오고 오후 3시 40분에 하원 차량이 온다. 주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좀 늦은 등원-이른 하원을 하는 편이라 쓸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정도다. 가정 보육을 하다가 원에 보낸 초반에 들었던 생각은 6시간 정도면 무엇이든 하고도 남을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세상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간다. 진짜 눈 감았다 딱 뜨고 정신 차리니 시간이 다 간 게 느껴질 정도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면 가정 보육을, 시간이 너무 늦게 간다면 등 하원을 추천한다ㅎㅎ)
길지만 짧은 그 시간에 약속이 있는 날이다. 마침 쉬는 날이 겹친 친한 언니네 부부와 모처럼 넷이서(+2호) 만나는 날. 원래는 ‘지역 맛집-추천해 주고 싶은 카페-효소찜질’ 코스를 딱딱 가려했는데 월요일이라 맛집도 효소찜질도 쉬는 날이라는 거다. (탕목욕과 찜질을 좋아하는 나는 3년에 걸친 임신-출산으로 인해 한참을 못하다가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혼자여도 좋았겠지만 13년 알고 지낸 친한 언니와의 수다와 함께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을 기약하고서 대신 수원 화성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넷이 모인 두 부부는 사실 양식보단 한식파이다. 파스타나 리소토보다는 국밥, 쌈밥을 좋아하는 네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넷씩이나 있는데 우리가 향한 곳은 양식 식당. 남편은 나랑 가고 싶어 하는 곳을 네이버 지도에 저장을 해놓는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어딜 갈까 하면 주머니 쌈짓돈 마냥 하나씩 던진다. 그렇지만 남편이 말하는 곳 중 80프로는 어딘가 내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게 대부분.(보통 연인이나 부부도 이럴 것 같다. 남편에게 선택지를 주지만 결국은 아내가 이끌리는 대로 하게 되지않을까ㅎㅎㅎ) 그래서 남편이 말한 곳은 잘 가지 않지만 이런 날이 아니라면 우리가 언제 이런 메뉴를 먹을까 싶어 오늘만은 순순히 남편의 선택지를 따라 양식을 먹기로 했다. 좋아하는 공통분모가 겹치는데도 그 정반대인 메뉴를 찬성하며 무려 5개나 고르고 감탄하며 맛있게 싹 비운 네 사람이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고, 거리 곳곳의 소품샵에 들어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마음속 소녀감성을 꺼내 귀여운 아이템을 구매하고, 화성을 산책 삼아 가볍게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다가온 1호의 하원 시간.
1호의 하원. 음 그것은 양날의 검이다... 나의 자유를 누리다 보면 1호가 그리워 하원이 반갑지만 이제 오늘의 자유로운 나 자신은 끝이라는 게 아쉽다. 그렇게 다가온 하원 시간, 나와 남편은 하원하는 1호를 픽업해서 카페에 먼저 가 있는 언니네에 합류하기로 했다. 1호를 픽업하고 오늘 어린이집에서의 일과를 물었다. 제대로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알림장에 적힌 선생님의 멘트를 보고 짐작 삼아 대화를 하다 보니 대강 어떤 게 좋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리 멀지 않은 카페에 금방 도착을 했다. 내리기 전, 한숨은 아니지만 숨을 한번 단단히 쉬어본다. 1호가 주의해야 할 것이 뭐가 있을지 순간에 한번 스캔해본다.
이제부터는 미션이다. 이 약속 시간 동안 흐름이 깨지지 않으면서 아이를 케어하며 카페 업장에 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미션이다. 집이라면 자유롭게 놀고 어질러도 상관이 없겠지만 밖이다 보니 아이를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하고 또 우리를 만나러 멀리서 와준 상대 부부에게도 의미 없는 시간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 양질(?)의 대화에도 집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멀티태스킹. 여자들에게 두 가지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동시에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보며 한다는 것은 조금 다른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이 둘. 1호와 2호.
(2호는 지금까지 언급이 없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외출 중이다. 배고프다 신호를 보내면 먹이고, 트림시키고. 아직은 잠자는 시간이 많아 약간의 깨 시를 보내고 나면 또 잠에 들기 때문에 큰 지장 없이 함께 외출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가끔은 이런 조용한 2호가 걱정돼서 코밑에 손가락을 대거나 흔들어보곤 한다.)
1호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안아’ 병을 앓고 있다. 차에서 내리면 일단 3보 이상 걷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애써 시선을 돌리며 궁금증을 유발해 걷도록 유도한다. 아직까진 이 방법이 먹히고 있지만 이 방법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바닥에 곱게 깔린 자갈돌.(1호는 산책 중에도 나뭇가지와 돌, 솔방울을 정성스레 줍는다.) 그것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기 위해 설득을 하고 겨우 카페로 들어가 다시 만난 어른 넷, 아이 둘. 2호는 얌전히 유모차 안에 잘 있어서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1호는 앉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이 의자가 아닌 보조의자, 소파 위를 번갈아 왔다 갔다 하며 시작도 전에 혼을 쏙 빼놓는 것 같다. 집중력의 한계가 왔다. 내 눈의 초점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무얼 마시는지, 무슨 대화를 하는지에 그 어느 것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내 입에서는 ‘어허~’,‘그거 마시면 안 돼 어른들만 먹는 거야’,‘빵 먹을 거야?’,‘안 돼 위험해!’.
1호의 지루함과 호기심이 발동될수록 내 입과 눈은 아이를 향하게 되고 이제 이 약속시간이 끝이 다가온 것 같다. 남편이 1호를 데리고 바깥 산책도 다녀오는 새, 언니네 부부는 2호를 안아보기도 하고 양육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깐이나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퇴근시간이 겹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 또한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시간이다. 모처럼 함께 보낸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다. 비록 막판에 나의 체력과 집중력은 바닥이 났지만 오늘 약속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원래 하려던 효소찜질을 못해 너무 아쉬웠고 다음을 기약했다.
“언니, 안 되겠어 우리 다음에 또 만나. 월요일을 피해서 효소찜질-맛집 코스를 다시 도전해 보자!”
이 언니와 나의 고향 인근 지역에는 해수 노천탕이 있는 목욕탕이 있다. 언젠간 추운 겨울에 갔었는데 아직도 그 온도가 생경하다. 탕 밖의 머리는 차가운 바람이 뜨거운 김을 날리고 탕 안의 몸은 노곤노곤 풀어헤쳐지는 뜨거움. 차갑고 뜨거운, 뜨겁지만 차가운 생경한 온도. 그 노천 해수탕을 이야기하다가 나온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이 멘트에 또 사람을 둘씩이나 웃겨버렸다. 난 원래 주변에서 알아주는 뇌절드리퍼인데 요즘 활개 칠만한 곳이 없었다. 정신 차리고 사는 애 엄마 코스프레중이라...ㅎㅎ 그런데 오랜만에 정신줄을 놓을듯하니 또 뇌를 거치지 않고서 말이 술술 나온다.)
여하튼 그래서 이런 날씨에 찜질을 해야 한다. 온몸을 뜨겁게 한 찜질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차가운 바람이 맞닿아 불면 몸에서 뜨끈한 김이 금방이라도 올라올듯한. 추운 겨울 푹-익은 찐빵이 된듯한 느낌. 지금도 생각하면 개운함이 느껴진다. 난 그래서 탕 목욕과 찜질을 좋아한다.
만나면 편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대화를 했다.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었는지, 가까이이었으면 이런 시간을 자주 보낼 텐데 하는 아쉬움과 희망 사항. 또 아기자기한 소품샵을 둘러보며 육아로 덕칠을 했던 감성에 다시 소녀 감성을 자극 한 아이템을 다시 꺼내 보기도 했다. 육아에 하나도 실용적이지 않은 물건을 고민 없이 구매했다니... 그것도 그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사고 싶어서! (이게 육아하는 엄마한테는 얼마나 큰 소비인지 애 낳기 전에는 몰랐다.) 전에는 내가 사고 싶으면 내가 버는 돈으로 내돈내산을 하니 거리낌 없이 척척 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출산, 육아휴직 급여로 생활비와 개인지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를 하더라도 진짜 내게 필요한 것인지, 이 돈으로 살만한 값어치가 있는지를 생각하고서 최최최최종으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구매를 한다.(장바구니에서 버려지는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이에 관한 소비는 늘 옳고 망설임이 없다. 내 옷은 안 사도 한 계절 이상을 못 입는 아이 옷은 필요하니 사는 거다.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장난감은 사도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은 한 오백 번은 더 생각해 본다. 그러다 보니 역시나...
1호가 어린이집에서 일과를 보내는 동안 남편과 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이유. 조용하기만 한 2호 덕분이다. 배가 고프거나 가스가 차서 답답한 게 아닌 이상 2호는 크게 울거나 보채지 않는다. 그래서 비교적 수월하게 함께 외출을 할 수 있어 고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2호를 데리고 다니느라 2호가 더 편하게 있는 시간과 발달할 수 있는 범위를 키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1호 때 같았더라면 집에서 더 시간을 보내면서 터미타임도 하고 옹알이도 주거니 받거니 했을 때인데 그 시간을 많이 주지 못한 거 같아서 남편과 나는 2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큰 편이다.
그리고 ‘아들은 아들이었다’를 깨닫게 했던 1호. 여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순한 기질이라 안심하고 방심했던 탓이었을까...? 오늘 카페에서 잠깐 겪은 1호는 너무 매운맛이었다. 아주 혼을 쏙 빼놓았다 싶을 만큼. 아니, 속에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불덩이를 삼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했다 싶으면 거북선처럼 크어어어어ㅓㅓㅓ 하고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1호는 늘 하던 모습 그대로인데 내 체력과 정신력이 방전돼서 그런 걸까...? 그래서 더 예민하게 내가 받아들였던 게 아닐까. 육아는 체력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내 체력의 한계가 아이를 대하는 포용력의 한계이지 않을까. 아이에게 좀 더 자상하게 말로 설명하면서 이해시켜주고 싶은데,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큰 요구를 험상궂은 말로 하고 있다. 그러고 나니 오늘 했던 말 중에 묘하게 또 들어맞는 말이 생각났다.
이런 날일수록... 아니, 앞으로 계속될 1호의 정서적, 행동적 발달 중에 염두에 두면 좋을 말이다. 머리는 냉정하게 안 되는 행동에 대하여 1호를 제지할 수도, 훈육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은 아이를 사랑으로 뜨겁게 안아 주어야 한다는 것. 만약 반대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 머리엔 열불이 나고 마음은 아이를 포용하고 품지 못해 감정적으로 차갑게 식어진다면 점점 아이를 미워하는 일 밖에 없는다. 부모-자녀 간에 이보다 더 슬픈 과정이 어디 있을까. 물론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에게 마음이 차게 식을 일은 없겠지만, 받아들이는 아이가 이렇게 느낀다면 부모의 의도와는 다르게 관계가 이어지는 게 아닐까.
마음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삼킬 게 아니라 뜨거운 사랑을 더 키워야겠다. 일 순간의 행동에 화를 버럭 내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번 더 이해하고, 한 번 더 안아주어야겠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해도 이성보다 감정이 더 앞선 나에겐 힘든 일이겠지만 냉정하고도 따듯한... 마치 요즘 날씨 같이 차갑고도 뜨거운 육아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