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겠지#16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개성을 자랑하는 패셔니스타는 바로 우리 할머니이다.
누구에게 잘 보이겠다는 생각이나 마음보다는 본인의 마음에 들면 그만인
그야말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패셔니스타이다.
어느 날 할머니가 입은 티셔츠를 문득 봤는데
너무나도 강렬한 붉은색과 파란색의 꽃들이 가득한 티셔츠를 보고
(나라면 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왜 그 티셔츠를 입었는지 물었다.
“할머니 도대체 그 옷은 어디가 예뻐서 입은 거야?”
할머니의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파란색 꽃이 너무 예뻐서! 할머니가 꽃을 좋아하잖아”
“여기 초록색 색감이 참 예쁘지 않니? 그리고 원단이 좋고 시원해! 오래 입을 수 있겠어!”
그렇게 할머니는 다른 누구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당신이 좋다는 아주 당연하면서도 단순한 이유로 옷을 고르신다.
그렇다고 그 옷들이 할머니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면 항상 하고 다니시는 푸른빛과 검은 빛이 감도는 스카프도
황금빛에 가까운 깔깔이 느낌의 한복 저고리도
짙은 초록색의 재킷도
하나같이 전부 원래 할머니의 것이었던 것처럼 할머니가 입었을 때에 비로소 멋스럽게 빛난다.
당당하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입으시며
당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할머니에게
(지극히 주관적인) 패셔니스타 상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