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기록

시작

by 볕들sunlit

너와의 연애는 시작부터 결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연애였어.

으레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이 그렇듯, 막연한 미래에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그런 이야기들로 깊어져 가는 새벽이 추운 줄도 모르고 계속 걷고 또 걸었지.

네가 없는 집에서 너를 기다리는 시간들조차 행복했던 것 같아.


퇴근하고 문을 열자마자 수고했다 말하며 안아주고 싶어서, 새벽 1시만 넘으면 나의 신경은 온통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에 가 있었어.

내 방보다 조금 더 큰 너의 원룸에서 함께 대화를 하다 지쳐 잠드는 시간들이 일상이 되는 날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서로에 대한 확신도 깊어졌지.


서로 사랑을 나누고 평소처럼 너의 팔을 베개 삼아 기대어 대화를 나누던 날,

내 마음속 멍울들을 꺼내 보이며 울었을 때 너는 나를 안고 토닥이며 이야기했어.

“볕들아, 너는 뭐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어. 내가 항상 너의 옆에 있을게. 너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해. 그래도 괜찮아.”

그 말이 나를 얼마나 울렸는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되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 거야.


나는 너를 사랑했고 너는 나를 사랑했어.

그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


서로에 대한 확신이 가득찬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되었지.

처음으로 같이 살 집을 보러 돌아다니며 화장실 문이 없는 집, 물이 줄줄 새는 집, 곰팡이 가득한 집을 봤어도 마냥 즐거웠어.

‘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이렇게 크다니..

나는 우리가 함께라면, 너와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 시간들이 영원할 거라는 확신이 너무 좋았어.

작가의 이전글연관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