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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구 경영인 박영곤 Feb 28. 2020

축구팀의 흑자 운영은 가능할까? (4/5)

축구산업 시리즈 #1

2017 시즌 K리그 1에 속했던 A 구단의 사업보고서를 열어보자. 년 매출액 규모가 약 175억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동 숫자에 대해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건 이 175억, 1.3천백만 유로의 예산은 스페인 2부 리그 팀 중 부자 축에 드는 구단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 즉 구단의 예산 규모만을 놓고 보았을 때, 그리고 A 구단이 K리그 1 소속 팀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의 예산으로 운영되었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국내 프로 축구 리그 팀들의 씀씀이의 크기가 스페인 2부 리그 팀의 그것을 상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 A 구단의 175억 매출 중 눈에 띄는 항목은 무엇보다 85억의 보조금 수입이다. 년 매출의 49%를 차지한다. 그리고 광고수입 약 62억 원으로 35%를 차지하는데 이 두 항목을 더한 값이 2017년도 벌어들인 수입의 83%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적료 수입인 10억을 더하면 보조금, 광고, 이적료 세 수입원이 한 해 매출의 90%라는 절대적 중추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축구팀의 수입원 중 경기 수입 항목에 들어가는 입장권과 회원비를 더한 수입은 전체 매출의 4% 미만을 기록했으니 팀 살림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할 순 없을 것이다.



선수 이적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고정수입으로 보기 어렵다. 올해 급성장한 소속 선수를 이적 시키고 큰돈을 쥘 수도 있지만 향후 몇 년 간 그런 선수가 배출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내가 에시하 발롬피에를 운영했을 때 선수 소유권과 관련하여 올렸던 수입은 딱 두 번 있었고 이것도 놀리토(Nolito, 前 스페인 국가대표 공격수)라는 한 명의 선수를 통해 발생했다. 놀리토가 20대 초반 에시하 소속 선수로 뛰었었고, 이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 및 세비야 CF로 이적하면서 연대기여금Solidarity Mechanism 명목으로 이적료의 극소 부분을 배분 받은 것이다. 이와 별개로 에시하 소속 유소년 골키퍼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을 위해 협상을 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이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수입은 없었다. 이렇듯 선수 이적을 통한 수입은 구단의 매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고정 항목으로 기입하는 것이 아닌 '기타 수입'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뿐만 아니라 선수 이적 수입을 구단의 노력에 의한 능동적 영업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물론 유스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키우고 발전시키는 구단의 시스템이 부재한다면 이와 같은 수입을 기대하긴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적 수입은 '운'이 많이 적용하고 그렇기에 우린 엄청난 규모의 선수 이적이 발생할 경우 '대박'이 났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만 이 운 역시 구단의 선수 계약 전략에 의해 그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구단의 선수단 운영 전략에 대해선 추후 다른 글에서 상세히 다룰 계획이다.


Image by Daniel Reche from Pixabay


아무튼 A 구단의 175억에서 구단의 운영 전략을 바탕으로 취득한 수입은 전체의 10%도 채 못된다. 광고수입 62억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주체가 어떤 사유로 그 돈을 지불했는지를 분석한다면 역시나 구단의 순수한 영업 노력/전략을 통해 따낸 딜deal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내가 번 돈 10원에 타인이 '보조'한 90을 보태 살림살이를 꾸렸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며, 그렇기에 A 구단의 구성원에 대해 무능함, 나태함 등의 단어로 비난의 날을 세운다고 해도 반론의 논거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삶에 대한, 영속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없어도 부자 부모님 덕분에 남부러울 정도는 아니어도 남에 기대지 않아도 살아가는 그들을 고운 눈길로 바라보긴 힘들다.



그리고 이는 비단 A 구단뿐만 아닌, 우리나라 프로 축구 22개 팀 100%의 상황이다. 22개 팀의 수 백, 수 천명의 임직원들이 이렇게 지원에 의지하여 구단을 꾸리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모기업이나 지자체에게 상당한 규모의 유무형의 가치를 안기며 지원에 대한 화답을 하는 곳도 있지만 역시나 이들의 '지원'을 '투자'로 격상 시키기엔 부족함이 커 보인다. 축구팬들 일부는 지원 증대의 필요성을 외치며 모기업에게 불만을 토로하지만 동시에 모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는 팬들 역시 적지 않은 것 같다. 지자체는 축구팀에 쏟는 돈의 증대는커녕 축소 혹은 삭제의 요구와 대립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이런 거친 목소리에 맞대응 할 수 있는 논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진퇴양난이다. 왜냐하면 A 구단이 순수 벌어들인 10%만으로는 구단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받기만 하고 그 이상을 내놓는 구단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말 잔인하게 표현하자면 우리나라 프로 축구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폐쇄가 맞을 수 있다. 하마를 사랑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돈 먹는 하마를 애지중지 내 집에서 키울 사람은 거의 없다. 있다 치다손 그건 개인의 결정 안에서만 가능할 수 있지 그 누구도 타인에게 돈 먹는 하마를 키우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암울한 해석으로 글이 흘러왔다. 프로 축구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는 과격한 논리 귀결은 그렇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분석을 위해 꼭 필요한 현실 직시다. 나는 축구산업에 종사했고 스스로를 축구팀 경영인으로 자부하지만 이를 떠나 축구팬이다. K리그를 보며 자랐고 경기장을 찾으며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유럽 축구산업에서 일하며 얻은 지식, 스페인 축구팀을 경영하며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하지만 진심 어린 이야기를 펼쳐보겠다. 분명한 건 난 우리 축구가 가진 자산asset이 존재하며 이것의 활용leverage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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