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앉아 느끼는 고독함의 비밀
고독함: "세상과 떨어져 매우 외롭고 쓸쓸하다."
고독함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세상과 떨어져 매우 외롭고 쓸쓸한 것'이 고독함이라고 한다. 세상과 떨어져 외롭고 쓸쓸한 것... 음... 세상과 떨어지는 것이 과연 고독함일까...?
세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세상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세상에서 먹고살기 위해, 세상에서 자리잡기 위해, 참 무던히도 열심히 살았다. 누가 이야기했는지 모르지만, "세상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그래서 뛰었다. 불안해서 뛰었다. 뛰다 보면 불안감도 사라져서 또 뛰었다.
하지만 세상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뛰고 또 뛰었지만, 늘 외롭고 쓸쓸했다. 이상했다. 세상에 뒤처지지 않으면 행복할 거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힘들었다. 외로웠다. 화도 났다. 내 안에 분노, 불안, 슬픔이 가득했다. 이상했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난 분명 열심히 살았다.
알 수 없었다... 난 고독하지 않기 위해 세상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늘 고독했다. 세상과 떨어져 매우 외롭고 쓸쓸한 상태가 고독이라고 했는데, 난 세상과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늘 고독했다.
지쳤다. 세상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뛰었지만, 점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세상에서 아무리 열심히 살아봤자 아무것도 잘 되지 않았다. 세상은 냉혹했다. 세상은 불공평했다. 그래서 세상이 미웠고, 세상이 싫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지쳐갔다. 세상에 다가갈수록 나는 점점 고독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난 궁금증이 생겼다. '이게 고독함일까... 이 힘듦이 진짜 고독함일까...' 뭔가 이상했다. 고독함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두려워했던 고독함의 정의가 잘못된 것 같았다. '세상에 떨어지면 외롭고 쓸쓸하다'라고 했는데 세상에 붙으면 붙을수록 난 더 외롭게 쓸쓸해졌다. 이상했다. 이 정의는 최소한 나에게는 잘못된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매우 외롭고 쓸쓸했다. 하지만 난 세상과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감정이 고독함은 아니다. 고독함은 아니다. 난 그저 지쳤을 뿐이었다.
세상은 무엇일까? 고독함이란 무엇일까? 무엇이 날 이렇게 지치게 하는 것일까... 이제는 세상을 떠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뭐지? 내가 그렇게 붙어 있으려는 세상이란 뭐지?"
세상이란 무엇일까? 난 세상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내가 정의 내린... 아니 누군가 정의 내린 이 세상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세상에 떨어지면 고독함을 느낀다고 했는데, 진짜 고독함이란 무엇일까? 난 세상에 전혀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진짜 고독함은 무엇인가?
집에 돌아와 잠시 테이블 앞에 앉아 밝혀진 전등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밝았다. 빛은 방을 비추고 있었다. 생각했다. 세상이란 무엇인지... 고독함이란 무엇인지... 잠시 멍하니 생각했다. 주변은 조용했다.
잠시 테이블에 앉아 멍하니 전등 빛을 바라보았다. 점점 생각이 사라졌다. 처음에 가졌던 의문들이 점점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온 따스한 차 한잔의 목 넘김이 따스한 온기로 온몸으로 퍼질 때 점점 나의 생각이 단순해졌다. 내가 가졌던 의구심들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단지 몸만 따뜻해지고 있었다. 따스했다. 생각은 사라지고 따스한 느낌만 있었다. 그리고 점점 피로감을 느꼈다. 점점 노곤 해졌다. 복잡한 생각은 사라졌다.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독하지 않기 위해, 세상에서 먹고살기 위해, 불투명한 미래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나의 삶에, 잠시 동안의 침묵이 나에게 생각이 아닌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테이블 앞에 앉아 조용히 찻잔을 바라보았다.
앞으로만 향한 나의 복잡한 생각들이 차 한잔의 따스함에 사라지고 있었다. 이상했다. 걱정보다, 불안감 보다, 미안함이 마음속에서 커져갔다. 참 미안했다.
이 감정이 무엇일까? 왜 미안할까? 누구를 향한 미안함인가? 왜 나 자신에게 미안해지는 걸까...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 순간 찻잔에서 올라오는 따스한 연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전등으로 비취는 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의 오감이 주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바쁜 세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느낌들이었다. 마치 세상에 새로운 눈을 뜨는 것 같았다.
잠시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차 한잔만 마신 것뿐인데... 생각이 아닌 느낌들이 전해졌다. 그 순간 난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었다. 세상을 향한 나의 생각들 주변에서 잠시 나만의 고독한 시간을 가졌다. 달랐다. 고독함의 사전적 정의와 내가 느끼는 고독함은 달랐다. 이건 내가 알고 있던 불안한 고독감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정의할 수 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건 분명 좋은 거다. 좋았다.
잠시 동안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실 때 느끼는 마음. 내 몸을 온전히 느끼는 그 시간. 잠시 세상과 떨어져 있는지 고독감이 좋았다. 이 고독함 속에서 나의 느낌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나를 향한 생각이 아닌 감정이었다.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리고 나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미안해... 괜찮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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