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사는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할까?

by 윤다빈

정치부 기자로 기사를 쓸 때 목에 가시처럼 늘 신경이 쓰이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계적 중립'입니다. 특히 선거 때가 되면 더한데, 늘 신문에는 주요 후보들의 기사가 거의 같은 분량으로 실리게 됩니다. 오늘자 신문에 A 후보의 인터뷰가 8매 분량으로 실렸다면 다음 달 신문에는 A 후보와 같은 선거에 출마한 B 후보의 인터뷰가 같은 자리에 실리는 식입니다. 특정 후보의 의혹이나 문제점을 보도할 때도 반론을 넣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곤 하죠.


최소한의 왜곡과 편파를 막는 장치

기계적 중립은 정치 기사를 쓰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일단 기자가 갖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이해관계로 인한 기사의 왜곡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정치부 기자들은 소위 '마크맨'이라고 해서 여야의 특정 인물을 집중 취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마크맨에 대한 호불호와 같은 인상이 만들어지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기자 개개인이 불완전한 존재인만큼 자신이 갖는 왜곡된 이미지로 인해 기사가 편파적으로 흐르는 걸 막는 역할을 해줍니다.


매체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수단이 됩니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면 최소한 '이 매체가 어느 후보에게 줄을 섰다'는 불명예는 피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선거 기간에는 각 후보 진영에서 무리한 요구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기계적 중립을 핑계로 그 요구를 거절할 명분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단독 인터뷰를 했을 때 'A후보를 이만큼 써줬으니 당신들도 이 정도밖에 못해준다'는 식이죠.


재미없는 비슷한 정치기사가 쏟아지는 이유

하지만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다 보면 정치 기사는 독창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내용과 분량에서 후보 별 균형을 맞춰야 하다 보니 특색 있는 기사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죠. 일간지의 정치기사를 꼼꼼히 읽는 분들은 기사마다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기사에 제약이 많다 보니 당연히 재미있는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또 트렌드 분석이나 기획기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앞서 제가 쓴 '정치부 기자가 오세훈, 이준석의 당선도 예측 못했네'(https://brunch.co.kr/@yungija/2) 글에서 제가 이준석, 오세훈 후보의 부상을 예상하지 못한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예민한 촉을 가져서 이들의 당선을 예상했더라도 기사에서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 기사 자체가 특정 후보의 유불리로 이어지면서 기계적 중립을 훼손하기 때문이죠.


정리해보면 기계적 중립은 왜곡과 편파를 막는 분명한 순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성분 함유량 규정 같은 것과 비슷할 것 같네요. 다만 그 규정으로 인해 다양한 기사가 나오기는 어려운 제약인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 기사가 재미 없어지는 이유이기도 하겠네요. 버릴 수 없지만 절대적인 가치가 돼서도 안 되는 기계적 중립은 정치부 기자에게는 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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