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대선,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까지 큰 선거를 여러 번 경험해봤습니다.
나름 선거 취재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틀렸음을 보기 좋게 증명하는 몇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4.7 재보궐선거와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6.11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였습니다.
오 시장의 돌풍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중도 사퇴했던 서울시장 자리를 9년 만에 재도전하는 그의 스토리에 관심이 가긴 했으나 출마를 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면 자신은 나서지 않겠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른바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원전 관련 문건 제목에 들어간 'v(브이)' 글자를 대통령을 뜻하는 'vip'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벌어졌습니다.
오 시장과 여의도와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의 정치력도 떨어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그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같은 당 나경원 후보에 이어 안 대표와의 단일화 경선을 거쳐 최종 선거에서도 승리했습니다. 그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뒤 첫 유세에 하루 종인 동행을 했었는데, 밀려드는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을 보면서 그때서야 그의 승리를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흡사 2017년 문재인 당시 후보의 인기를 보는 것 같더군요.
이준석 대표의 당선도 그랬습니다. 그의 당선 한 달 반 전쯤 이 대표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의 당대표 출마 의사를 듣고서도 그저 신선한 도전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비교적 유의미한 결과를 거둔다면 그의 정치적 미래가 좀 더 좋아지겠구나 정도의 판단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 역시 보란 듯이 나경원, 주호영 후보를 꺾고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2030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핵심 지지층'이 형성되고 이들의 전폭적 지원이 전 세대,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양상이 순식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대표 선출 이후 밀려드는 2030 세대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러시 역시 생각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두 번의 주요 선거에서 출입기자로서 흐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이 선거 결과를 훨씬 정확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정치부 기자의 전문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가끔 정치에 정말 관심이 많은 분들을 보면 정치인 개개인의 이력과 당의 역사에 대해 줄줄 꿰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출입하면서 공부를 하거나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들이 있지만 소위 '정치 덕후'들이 공력에는 미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기자들이 국회의원, 보좌진, 당직자들과의 네트워크에서 장점을 갖긴 합니다만 당에 관심을 가지고 깊게 활동하는 이들이 가지는 끈끈한 관계성에 비할 바는 아닐 겁니다. 정치권 언저리에서 기자보다 많은 정보력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들은 제법 많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에 대한 설익은 답은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감추고 싶거나 숨겨진 사실을 발굴하는 노력이 결국 기자들의 전문성이 될 것입니다. 이해관계나 당파성을 떠나 믿을 수 있는 관찰자, 감시자로서 역할을 하는 게 저희의 일이겠죠. 정치부 기자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될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요.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