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제조기' 최재형..정치에선 성공할까

최 전 원장의 정치참여 선언 취재후기

by 윤다빈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저는 이날 현장 취재를 하면서 최재형이라는 인물을 처음 접했는데요. 2017년에 이어서 이번에 두 번째 대선을 취재하면서 비교적 여러 후보를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최 전 원장은 다른 이들에게 보지 못한 새로움을 느끼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은 최재형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정치권서 보기 힘든 '역대급 미담 제조기'


최 전 원장은 일단 정치권에서 정말 보기 드문 미담 제조기입니다. 기사로도 많이 소개됐듯 6.25 참전 용사인 고 최영섭 해군 대령을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은 그는 다리가 아픈 친구를 2년간이나 업어서 등하교를 시켰고, 결혼 후에는 두 자녀를 입양해 지금껏 잘 키웠습니다. 오죽하면 사생활 검증과 폭로의 장인 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 모두가 입을 모아 극찬을 했을까요. 권력 암투와 협잡 없이는 살아 남기 힘든 정치권에서 그의 존재는 단연 눈에 띕니다.


최 대령의 삼우제가 열린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도 그와 그의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드러났습니다. 최 전 원장은 보통의 참배객과 달리 천안함46용사,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찾아 '필승' 거수경례를 했습니다. 해군 출신인 부친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기도문을 낭독하고, 묵념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신앙, 애국심, 소명의식 등이 첫 공개 행보에서도 물씬 드러났습니다. 애국자 집안의 특성 때문일까요. 최 전 원장 본인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국산차를 이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사건 당시 순직 장병인 강태민 해군 상병의 묘역을 찾아 묘비를 쓰다듬는 모습 ⓒ필자 촬영


그는 기자들에게도 무척 친절한 정치인이었습니다. 부친의 삼우제로 경황이 없는 중에도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 "참배를 마칠 때까지 좀만 기다려달라"며 "이렇게 더운 날씨에 수고해주셔서 너무 송구스럽고 감사하다"라고 했습니다. 평소 집 앞에서 무작정 '뻗치기'(취재 대상이 올 때까지 인근에서 기다리는 것)를 하는 기자들에게도 직접 내린 커피를 전해준다는 미담도 회자가 되곤 합니다. 저도 기자이기 전에 사람인지라 따뜻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인 그의 품위와 인격에 감흥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장 사퇴 설명, 정치력 검증까지 '산 넘어 산'

인간 최재형에 대한 이야기는 참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한 최 전 원장에게 놓인 숙제는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독립성이 생명이기에 헌법에서 임기를 보장한 감사원장 직을 사임하고, 대선 출마를 하는 행위가 과연 대의에 부합하냐는 비판이 많습니다. 본인도 이러한 비판을 잘 알고 있는 듯 "(조만간) 납득할 부분을 설명드리겠다"라고 했는데요, 과연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갖는 근본적인 의문점도 있습니다. 정치부 기자를 비교적 오래 하다 보니 소위 '정치 바닥'에서 단련되지 않은 이들은 결국 중요한 순간에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정치인이 아무리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욕을 먹으면서 타협을 이끌어내고 결과를 도출해 본 경험의 차이는 책임 있는 자리에 가야할 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사 출신에 감사원장을 지낸 최 전 원장에게는 과연 그런 경험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물론 감사원장 재직 시절 감사 결과에 반대하는 감사위원들을 꾸준히 설득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한 적도 많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가끔 정치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물건 쇼핑을 할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유명 브랜드에서 '신상'이 나오거나 혁신적인 제품이 있다면 자연히 눈길이 가게 되고 한 번쯤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마음에 안 들면 금세 기존의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또 다른 제품을 찾게 되죠. 최 전 원장이 처한 상황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춰 최종 선택을 받는 '히트 상품'이 될지, 아니면 한 때 지나가는 바람이 될지, 24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관전하는 또 하나의 흥미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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