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다시 만난 이재명 지사 취재후기
정치부 기자를 하다 보면 가끔 주위 사람들이나 취재원들에게 "네가 봤을 때 제일 유력한 대선 후보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저는 늘 "여전히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일 유력할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여야를 모두 출입해 본 정치부 기자로서 갖는 일종의 감인데요. 물론 앞서 오세훈, 이준석 현상.. 까맣게 몰랐던 정치부 기자(https://brunch.co.kr/@yungija/2) 글에서도 밝혔듯 제 예측이라는 건 형편없긴 하지만요. 오늘은 대선 재도전에 나선 이 지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이 지사와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해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2017년 대선 때 그를 취재했으니 4년여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셈인데, 그는 제 얼굴을 기억하고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대선 유력 후보로 그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오래된 작은 인연까지 기억해주니 저로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답변은 능수능란했습니다. 정책과 정무적 질문 어떤 것에도 막힘이 없었습니다. 최근 지지율이 일부 떨어지면서 다소 초초할 법도 한데, 비교적 자기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초 1시간짜리 인터뷰여서 그의 공보 참모들이 예정된 시간을 넘었다고 사인을 줬지만 그는 "질문에 최대한 답변하겠다"고 30분을 더 연장했습니다. 현재 야당 출입 기자인 제 입장에서는 야권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상대적으로 정치 신인이고 정책이나 정무적 준비가 덜 된 상황이다 보니 이 지사의 메시지 전달력과 정책적 준비 수준이 더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 지사는 기자 입장에서 참 취재하기 좋은 대선 후보입니다. 4년 전 대선 이 지사 캠프를 직접 취재하던 시절 이 지사는 직접 기자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보통 대선 유력 후보들은 수행과 공보팀을 따로 두고 있어서 기자들의 전화를 본인이 받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또 이 지사는 당시 캠프 공보팀이 만든 마크맨(이재명 전담 취재기자) 방에 본인이 직접 참여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정도로 소위 '언론 프렌들리'로는 최고의 후보였습니다.
이 지사의 언론 친화적 태도에 대한 한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국회 표결이 있던 2016년 12월 9일, 당시 탄핵안 투표는 오후 4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됐습니다. 저녁뉴스 마감 시간이 급했던 모 방송사에서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후보에게 탄핵안 가결과 부결 시를 가정해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문재인, 안희정 후보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워낙 정치적으로 예민한 쟁점인 데다, 부결을 가정한 인터뷰가 영상 자료로 남는다는 게 못내 불안했을 것이니 자연스러운 판단인 셈이었습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이를 수용해 가결과 부결 시를 나눠서 인터뷰를 해줬죠. 이 후보의 언론 친화적인 모습이 마크맨들 사이에서는 꽤 화제가 됐습니다.
물론 이 지사의 갈 길은 여전히 멉니다. 대세론을 구가하는 1위 후보로서의 지위와 '사이다'라는 그의 장점은 공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체로 1위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도 유권자들에게 안정적 태도를 보여서 지지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톡 쏘는 사이다의 맛은 떨어지게 마련이죠. 실제로 이 지사는 민주당 예비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의 공세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이 지사를 비교적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굉장히 여린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늘 경쟁자를 상대로 날카로운 공격을 하고, 한밤 중에 코로나19 확산 주범이라면서 신천지 교주를 검거(?)하러 나서는 강력한 행정가의 모습을 보이지만 의외로 타인의 비판에 대해 상처를 입고 고뇌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흙수저 임을 강조하는 그가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내놔 공격의 빌미를 주다 보니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합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강력한 팬들과의 관계 설정은 참 난감한 대목일 겁니다. 가까이하자니 정권교체를 원하는 시민들의 지지를 잃을 것이고, 멀리하자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문팬들의 도움 없이는 당장 당의 대선후보가 되기도 힘든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파란색을 남색으로 계승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고심이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도 저마다 이 지사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좋아할 이유도, 싫어할 이유도 참 많은 정치인입니다. 현역 경기지사이자 SNS로 늘상 소통하고, 과거 예능 출연도 했던 만큼 그는 시민들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후보인 셈입니다. 그가 자신을 향한 의심 어린 시선을 뚫어내고, 문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면서 지지세를 확장해갈지 궁금합니다. 대선 재수생이자 여권 유력주자인 그의 행보가 앞으로 약 8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