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2017년 대선에 이어 2번째 정치부 기자로 대선을 취재하게 됐는데요. 최근 유력 대선후보들의 네거티브 대결과 줄 세우기 양상이 점입가경입니다. 기분 좋은 올림픽 소식과 반대로 정치권 뉴스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았을 겁니다. 자칫 이번 대선이 미래 비전은 상실한 채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대선이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입니다.
여당은 네거티브 vs 야당은 반문재인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은 그야말로 '네거티브 전쟁'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백제 발언'에서 비롯된 지역주의 논란과 음주운전 경력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경쟁자인 이낙연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막장 폭로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경선만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때리는 동안 비전 경쟁은 사실상 없어진 상태입니다. 불과 3개월 전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압도적 격차로 패배한 정당이 맞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야당 상황도 비슷합니다. 선두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저출산은 페미니즘 탓' 등 언론 인터뷰 때마다 실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1일 1 실언'이라는 말이 등장했을까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벼르고 별렀던 자신의 대선 출마 선언에서 경제·외교 분야의 현안에 대해 '더 공부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반복하면서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반문재인'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의원,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3지대 후보의 부재..텅 빈 중원
더구나 이번 대선에서는 위협적인 제3지대 후보가 없는 상태입니다. 여야 모두 자체 경선만 뚫어서 최종 후보에 당선된다면 승리를 자신할만한 상황이죠. 이번 대선은 2012년에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진영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벌였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만일 여야 유력주자인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그대로 최종 후보가 된다면 후보자 개인, 가족에 대한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여야 모두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르고 최종 후보가 선출되면 경선 때 비워둔 '중원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때 중도층 유권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비전과 공약이 제시된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은 한낱 과거의 기우가 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다만 지도자로서의 비전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나오는 게 아닌 만큼 여야 후보들이 지금부터라도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는 메시지로 승부하길 기대합니다.
당장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이념으로, 페미니즘 갈등에 따라 성별로, 자가 소유 여부에 따른 계층으로, 지역으로, 세대로 찢긴 대한민국의 통합을 외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양극화 상황에서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줄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기다립니다. 남북이 단절되면서 사실상 섬나라처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국제적 감각을 가진 후보라면 더욱 좋겠죠. 당장 좀 덜 빛나더라도 어려운 길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후보의 모습이 보인다면 이 블로그를 통해 적극 소개할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