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째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그 화제성만큼이나 시민들에게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반문재인'을 상징하는 영웅적 인물로, 반대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정치검사이자 조폭 리더십의 전횡으로 폄하당하기도 하죠. 현재 기준으로 차기 대통령 직에 가까이 간 인물 중 하나인 만큼 정치부 기자로서 그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윤석열 현상'은 존재한다
여권 인사들 중에는 윤 전 총장을 쉬운 상대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실상 정치 경험이 없는 데다 본인과 가족에 대한 네거티브 이슈로 인해 금방 무너질 것이라는 거죠. 특히 대선후보 TV토론이 시작되고 정책적 역량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들어갈 경우 오래 버틸 수 있겠냐는 확신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수개월째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 전 총장이 대중 행사를 할 때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소위 '윤석열 현상'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국정원 댓글 수사-적폐 수사-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을 거치면서 강자에 맞선 이미지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한 표현은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온몸을 다해 싸우고, 탄압을 받았던 그의 서사는 분명 '반문재인 진영'이 환호할만한 모습입니다.
윤 전 총장 본인의 장점도 한몫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와 사석에서 만났던 이들은 소주를 좋아하고, 격식을 가리지 않고 화끈한 화법을 구사하는 태도에 매력을 느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는 검사 시절부터 상갓집을 찾아다니며 상주를 위로하고, 조직의 핵심에 비켜나 있는 후배들도 살뜰히 챙겼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 일부는 싫어할 말일 수도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그의 언행을 노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언행에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든 채 환영식을 하고 있다. ⓒ필자 촬영
'측근 챙기기' '소통 부재'..그에게 따라오는 의문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윤 전 총장에게 걱정되는 점이 더 많습니다. 우선 그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거치면서 주요 보직을 대부분 자신의 측근으로 채웠습니다. 오죽하면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정도니까요. 그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도 문재인 정권이 자신의 사단을 건드리는 것에 참을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그가 리더가 됐을 때 어떻게 인사권을 활용할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캠프 운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쓰되, 2인자를 두지 않겠다는 뜻이 강해 보입니다. 캠프에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본인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캠프 내에서도 윤 전 총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하려는 인사들이 많고, 각 팀 간 정보교류도 원활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간 취재 경험에 따르면 이처럼 공식적인 회의체가 아닌 리더 본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비선 논란'이 따라붙게 돼있습니다. 비선의 폐해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죠.
정치 초보인 그가 지나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일례로 윤 전 총장은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다가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후쿠시마 발언 등 말실수를 했습니다. 요즘은 모르겠습니다만 초창기에는 공보팀이 준비한 인터뷰 예상 질문 답변지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보가 사안마다 잘 모른다거나 엄중하게 생각한다는 답변만 내놔서도 안 되겠지만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경우는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선 캠프는 곧 당선 시 청와대의 진용이 됩니다. 캠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면 집권 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윤 전 총장의 태도와 캠프 운영 방식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그가 정치신인이고, 그간의 부침을 겪으면서 개선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캠프 초기와 달리 정치권 인사를 중용하고, 국민의힘 입당 등 주요 결정을 빨리 내린 것도 좋은 신호입니다. 하지만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선이 돼 국정에서 연습을 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가겠죠. 윤 전 총장이 그간 지적돼온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되기도 힘들겠지만 설령 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