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자의 조건은 무엇인가

7년 차 취재기자 단상

by 윤다빈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

누군가 저에게 삶의 목표를 물어보면 한동안 제가 반복해서 했던 대답입니다. 지금은 제 삶을 건강하게 꾸려가는 일에도 시간을 많이 쏟고 있지만 기자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자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처럼 언론 환경이 급변하고, 집권세력이 '언론중재법'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히 언론의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기자가 되는 일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포기해서는 안 될 가치입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자의 자질에 대해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취재로 승부하는 '팩트 폭격기'


'좋은 기자'의 정의는 일선에서 일하는 기자들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다만 기자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공인되는 한 가지 척도는 '팩트 발굴'에 능한 기자가 유능하다는 것입니다. 나만이 알 수 있는 팩트를 발굴해 내 단독 기사를 쓰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출입처 기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동시에 출입처 내에서의 신망을 얻는 것은 기자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물론 팩트 발굴 과정에서 단독 욕심 때문에 무리한 취재를 하다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분명 취재윤리 차원에서 선택하지 말아야 할 영역이 있고, 기자 사회의 자성이 필요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도 타 언론사도 받아쓰는 단독 팩트라면 분명 높은 뉴스 가치를 지닌 기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자들은 자신의 개인 시간을 써가며 밥자리, 술자리 등을 찾아다니고 정보를 수집합니다.


기자가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궁극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실이란 밤하늘의 별처럼 손에 넣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그런 대상 같습니다. 실제로 매일 기사를 쏟아내는 일간지, 방송기자들의 경우 제일 중요한 일은 뉴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팩트를 모으는 과정에서 진실에 다가가게 되지만 팩트 자체가 곧 진실은 아니죠. 뉴스란 결국 새로운 팩트를 가공해 전달하는 상품입니다. 그런 만큼 팩트에 능한 기자는 직업적으로 훌륭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유의지를 가진 '진짜 기자'


기자의 정체성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진실을 추구하는 자유의지를 가진 영혼이 있는 기자이고, 또 하나는 조직에 소속돼 월급을 받고 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입니다. 1인 미디어가 아니고서야 기자는 이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를 가지게 됩니다.


저 또한 7년 차 기자가 되다 보니 애초 기자생활을 시작할 때에 비해 기자보다는 회사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고백하자면 회사가 가진 고유의 논조와 직장 문화를 뛰어넘는 기자가 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문제는 회사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할수록 시민들이 원하는 언론의 감시 기능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언론사도 권력의 눈치, 광고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기업입니다. 그런 만큼 회사가 기자들에게 원하는 논조가 있게 마련이죠. 회사의 지시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기자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면 박수를 받아야 합니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기자의 마지막 자질은 따뜻한 마음입니다. 저는 기자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들이라면 기본적으로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이성을 가진 사람일 거라 믿습니다. 저 또한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강자들의 특권과 반칙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모습을 꿈꾸며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좀 다릅니다. 수습기자 시절 경찰서에서 보내는 6개월과 그 후 2년 남짓의 사회부 경찰기자 생활을 제외하면 취재를 하면서 소위 '사회적 약자'를 접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탐사보도팀에 들어가거나 의도적으로 관련 기획을 하지 않는다면요.


한국 언론의 출입처 문화 탓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 법조계, 대기업, 증권가 등 권력과 돈이 있는 곳에 출입하고, 그 안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과 교류하게 됩니다. 이 또한 뉴스를 생산하고, 권력을 감시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자연히 약자에 대한 감수성은 줄어들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출입처의 시각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기사 한 줄 나가기 힘든 이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기자가 있다면 분명 그는 훌륭한 기자일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 제 자신도 반성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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