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후보 취재후기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뜨겁습니다. 2030 세대가 많이 참여한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에 이어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다양한 밈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급상승하는 그의 대선 지지율은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로 예상됐던 여야 대선 구도를 크게 흔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홍 의원과 1시간 반 가량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홍 의원과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즉문즉답이었습니다. 정해진 틀 없이 편하게 질문을 했고, 홍 의원도 막힘 없이 즉답을 했습니다. 전날 보좌진을 통해 사전 인터뷰 질문지를 보내줬는데도 홍 의원의 책상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A4용지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놓여있더군요. 그는 인터뷰 현장에 참모를 한 명도 배석시키지 않았습니다. (보통 대선후보들은 인터뷰 때 대변인이나 공보 참모를 배석시켜서 후보의 답변이 막힐 때 도움을 주거나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현장에서 바로 잡습니다) 덕분에 흥미로운 답변도 많이 나올 수 있었고, 나름 화제가 된 인터뷰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홍 의원과의 인터뷰는 무척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그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현상에도 이러한 개인적인 매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그의 과거 발언들이 재조명되면서 극우 이미지보다는 직설적이고, 푸근한 인상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난으로 물로 배를 채운 그의 성장사부터 '모래시계 검사' 스토리, 정치인이 된 후에도 계파 정치에서 벗어나 일명 '독고다이'로 살아온 그의 삶의 궤적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심리적 일체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홍 의원은 스스로를 '보수의 노무현'이라고 칭하는 것도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조어(造語·새로 말을 만듦) 능력은 언어의 힘을 십분 활용해야 하는 신문기자인 필자가 보기에도 참으로 탁월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경기도의 차베스'라고 한 번에 규정짓는 것을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가 여러 '이대 계집애들을 싫어한다', '거울 보고 분칠 하는 후보는 안 된다' 등 막말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요.
홍 의원의 상승세는 분명 실체가 있고, 대선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에펨코리아 등 오세훈, 이준석 현상을 만들었던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고 있자면 그의 돌풍은 일시적으로 끝날 성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 대해 보수층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그가 대안으로 더욱 부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후폭풍 속에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완주하면서 24%의 지지를 얻은 저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홍 의원이 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자리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일단 그는 당내 세력이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그를 잘 아는 이들은 홍 의원이 가진 독불장군 기질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대선은 후보자 본인뿐 아니라 세력이 집권하는 것이기도 한데, 홍 의원이 누구와 함께 국가를 통치할지 의문입니다. 실제로 지금 홍 의원 캠프는 상당 부분 홍준표 본인의 개인기에 의해 운영됩니다. 대선 캠페인의 핵심인 공보도, 일정도, 전략도 대부분 홍 의원의 판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규모의 대선 캠페인을 하기에는 불안함을 주는 요인입니다.
또 홍 의원 스스로 메시지를 발산하다 보니 중 사실과 맞지 않는 언급이 나오기도 합니다. 가령 윤 전 총장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거부한다는 것인데요. 윤 전 총장이 간혹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거부할 때도 있지만 부동산 공약 발표 당시 본인이 나서서 질문을 받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후보의 말 한마디가 다 검증 대상이 되는 대선 캠페인에서 홍 의원의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공격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홍 의원의 부상으로 국민의힘 대선 구도는 흥미로운 구도로 전개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세론이 무너지면서 홍 의원을 비롯한 다른 주자들도 돋보일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과의 일전을 준비 중이던 민주당도 긴장하는 모양새인데요. 그가 당내 소수 세력으로서의 한계를 뚫고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