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지지율 정체를 보면서
올해 7월 저는 '미담 제조기' 최재형..정치에선 성공할까(https://brunch.co.kr/@yungija/5)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봤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 상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이제는 존재감마저 사라진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가 내세웠던 '선한 의지'가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난주 필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50분가량 인터뷰를 했습니다. 최재형이란 사람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 기회였는데요.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애국심이 투철한 명문가에서 자랐고,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거쳐 판사와 감사원장까지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 주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다만 그 성공에서 본인의 노력만이 아닌 공동체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이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찾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가 대선 출마를 위해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장 직을 사퇴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요.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이틀 후인 토요일 오전에 최 전 원장이 필자에게 "기사를 잘 써줘서 고맙다"며 직접 감사 전화를 했습니다. 보통 공보팀을 거치지 않고 대선 후보가 기자에게 직접 전화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신선한 인상이었습니다. 더불어 그가 대선 후보로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품성에 대한 평가입니다. 정치는 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선함은 미덕이지만 정치에서는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법입니다. 최 전 원장 캠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선거 경험이 없는 법조계, 언론계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캠프에 대거 영입되면서 실무진의 일에 참견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일할 사람은 없고, 간섭하는 사람만 많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습니다. 초창기 의욕적으로 일하면서 그를 위해 헌신했던 실력 있는 인사들이 하나 둘 캠프를 떠났습니다.
그러는 사이 최 전 원장은 캠프 내 난맥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최종 책임자로서 캠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은 후보의 몫입니다. 대선 캠프 자체가 하나의 작은 청와대고, 국정의 연습이기에 이러한 조정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선함'만을 강점으로 내세울 뿐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는 출마의 변으로 청년에게 미래가 없는 현실을 바꾸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생 가장 큰 일탈이 '대학 시절 과음해 병원 응급실에서 깨어난 것'이라고 할 만큼 모범생으로 살아온 그에게 이 과정은 하나의 시련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마도 뛰어내리기조차 힘든 호랑이 등에 올라탄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그가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최 전 원장이 과연 대선 이후에도 계속 정치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환골탈태의 각오가 없다면 앞으로의 정치적 미래도 그리 밝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