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눈이 빨간 '문재인 후보'

by 윤다빈


필자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마크맨(전담 취재기자)였습니다. 저는 꽤 오랜 기간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애정을 가졌고, 그의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하지만 임기를 약 8개월 남긴 이 시점에서 이제는 그를 사실상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합니다. 이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그의 후보 시절을 취재했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 시점에서 굳이 지난 일을 꺼내는 이유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일뿐 특정인을 비하할 의도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필자가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을 처음 만난 건 2015년 7월이었습니다. 당시 인턴기자로 국회를 출입하고 있었는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을 현장에서 몇 차례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 친문과 비문의 대립이 극에 달해있던 당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얻어맞는 위치에 있었고, 늘 공격보다는 침묵을 택하는 쪽이었습니다. 어린 인턴기자의 눈에도 그 상황은 무척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이후 사회부 수습기자를 거쳐 정치부 기자로 발령이 났고, 2016년 9월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그의 마크맨이 됐습니다. 그즈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고,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곧 대통령이 된다는 인식이 굳어져 갔습니다. 초기에는 이재명 당시 후보가 '박근혜 탄핵'을 먼저 외치면서 치고 나가는 흐름이었습니다.


문 후보 측은 이내 반격에 나섰습니다. '적폐 청산'을 구호로 보수정권 심판론을 앞세웠고, 민주당의 주류였던 친노-친문 그룹의 조직적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대세 후보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임종석, 양정철, 탁현민 등이 중심이 돼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꾸린 '일명 광흥창 캠프'를 중심으로 문재인 캠프는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당시 시국의 엄중함을 감안해 구성원들에게 금주령까지 내릴 정도로 상황 관리에 신경을 썼습니다.


1479195541548.jpg 취재 현장에서 필자와 악수하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력 대선후보인 만큼 그해 11월부터는 그를 거의 매일 현장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이 생겨서 현장에서 문 후보를 만날 때마다 늘 그의 눈은 충혈돼있고, 머리색은 점점 보랏빛으로 변했습니다. 참모들에게 알아보니 문 후보는 보통 자정쯤 일정이 끝나서 집에 들어가면 이후에도 1~2시간 정도 보고서를 더 읽다가 잠이 들기 때문에 눈이 늘 충혈됐었다고 합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 때문에 당선과 동시에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책임감이 커지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고, 그의 머리색 또한 변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해 12월경 문 후보와 필자를 포함한 마크맨들이 점심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 후보는 '나는 대선 기간이 짧은 것보다. 인수위 과정이 없는 게 더 걱정이다. 당장 당선되면 당선증 받는 순간 임기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으며 온 국민이 분노와 혼란에 빠진 순간에서 문 후보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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