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에게 질책 받은 참모가 웃은 이유

by 윤다빈

필자가 기억하는 문재인이라는 사람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기자들 뿐 아니라 자신의 참모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재인 캠프를 출입하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당시 문재인 캠프 공보팀 소속의 한 인사와 저녁자리를 했습니다. 그는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에도 함께 한 소위 '진문(진짜 문재인)' 인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그는 그날따라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이유를 묻자 "문 후보가 어제 나에게 처음으로 반말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후보에게 질책을 들은 것 같았은데, 그럼에도 그는 무척이나 즐거워했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캠프에서 문 후보는 참모들과 사석에서 대화를 할 때도 경어체를 사용했고, 핵심 참모 몇 명에게만 반말을 썼다고 합니다. 문 후보가 말을 놓았다는 건 곧 '뼈문(뼈문재인)'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이야기였기에 그는 그토록 즐거워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해당 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비서관급 직책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문 후보가 일반인이었다면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당시 '젠틀재인'이라는 팬카페 이름처럼, 젠틀한 태도로 평가받았을 일입니다. 하지만 그의 소통 방식은 결국 소수의 참모들과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이너서클'을 형성하게 됐고, 현 정부 출범 이후의 친문 진영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태도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진짜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눠지게 됐으니까요.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대선 당시의 합류 시점과 기여도에 따라 고위직을 배분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문재인 캠프의 모체인 광흥창팀 멤버들은 문 정부 초기 임종석 비서실장을 필두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 등 요직을 독점했습니다.


물론 측근 위주의 인사를 펼친 건 문재인 정부만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모든 정부의 운영방식이 이와 유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거치면서 78% 국민이 탄핵에 찬성했고,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의 탄핵에 동의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80%에 육박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다른 어떤 정권과 비교해도 유리한 환경에서 집권했고, 국민통합을 이룰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너서클을 강화하는데 골든타임을 보냈고, 그 결과는 정권의 독주와 국민 분열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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