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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Nov 29. 2021

이너서클에 빠진 윤석열 선대위, 문제 해결 능력 있나

  오늘은 제가 취재하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그의 핵심 참모 그룹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시점 여론조사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인 만큼 그에 대한 쓴소리 위주입니다. 물론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을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수많은 대통령이 측근에 의존하면서 실패한 역사를 봐온 만큼 후보 시절부터 문제점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수 인원이 모든 정보 독점


  윤 후보 캠프는 소수의 인원이 정보를 독점하고 의사소통을 내리는 구조입니다. 현역 중에는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정도가 핵심 측근으로 꼽힙니다. 선대위 주요 직책은 과거 친이계(친이명박)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법조계 인사 일부와 선거 때 참모들, 여기에 부인인 김건희 씨 정도가 의사결정의 중요 인물입니다.


  대선 경선 이후 지금까지 선대위는 이너서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 왔습니다. 우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장제원 의원과의 갈등으로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 때 경쟁 후보인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선대위 합류는커녕 경선 후 윤 후보와 만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윤 후보 측도 경쟁 후보들과의 만남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정책 면에서는 '종부세 폐지' 정도를 빼고는 이렇다 할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후보 당선 20일이 넘도록 광주 5.18국립묘역에 가서 사과한 것 이외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일정도 없습니다. 선거를 기획하고 이끌어갈 주체가 없다 보니 캠페인이 전반적으로 중구난방으로 진행됩니다. 인물, 정책, 행보, 메시지 등 선거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이 전부 미흡한 상황인 것이죠.  


  자연히 당내에서는 대선 후 '컨벤션 효과(대선 후보 선출 후 지지율 상승)'로 인해 벌써부터 안이해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2주 만에 컨벤션 효과를 다 깎아먹고 쇄신과 사과를 외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에 접어들었죠. 


  선대위 차원의 결정이 나올 때마다 논란이 생기고,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선대위 내에서 이너서클이 작동하고 그들이 정보를 통제하면서 다른 의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연락을 하면 "나는 핵심이 아니라 모른다" "선대위 관련해서는 관심을 끊었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습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169석)에 비해 훨씬 적은 103석을 가진 만큼 개인이 일당백으로 뛰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인 것이죠.


11월 26일 국민의힘 선대위 첫 회의 모습. 이준석 당대표를 제외하면 상임선대위원장과 본부장단의 평균 나이는 61세다. ⓒ윤석열 캠프 제공


  이너서클 논란은 예고된 참사


  사실 윤 후보의 이너서클 논란은 예고된 참사에 가깝습니다. 윤 후보는 검찰에서 26년 간 일하면서 조직의 특성을 가장 강하게 체화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보안을 중시하고, 수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선호합니다. 그가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에 선거 캠프를 차린 이유도 언론사들로부터 보안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후문도 있었죠. 그런 만큼 자신과 인연이 있고 같이 일해봐서 신뢰할 수 있는 핵심 참모와 논의하려고 합니다.


  그는 참모를 쉽게 자르지 않지만 잘못이 있을 때 호되게 질책을 하는 편입니다. 참모들이 후보를 무서워하다 보니 앞장서서 쓴소리를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도리어 윤 후보를 두고 '쪼찡'(상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한 과잉 칭찬) 경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평소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치권에 쓴소리를 잘했던 한 인사는 윤 후보 캠프에 들어가고 나서는 "윤석열은 준비가 잘 된 후보다 "사법시험을 9수하는 동안 모든 분야를 공부해서 만사에 통달했다" 같은 말들을 내뱉어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윤 후보는 2인자 두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사실 경선 기간 때부터 캠프 내에서는 '김건희 씨'의 이름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김 씨가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홍보 전반을 관여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죠. 윤 후보의 '개 사과 논란' 역시 김 씨가 한 일 아니냐는 의구심이 파다합니다. 언론에서도 연일 김 씨에 대한 리스크를 제기하지만 캠프에서는 여전히 김 씨의 이름을 함부로 언급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윤 후보의 애정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과거 정부에서 소수의 측근 그룹이 전횡을 펼치는 문제는 그간 수차례 반복돼왔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고리 3인방, 십상시, 최순실 논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핵심 선거 캠프인 '광흥창팀'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면서 승승장구했습니다. 지도자가 소수의 핵심 참모에 의존할 경우 국민통합보다는 진영을 앞세우고, 민생과는 동떨어진 이념 대립을 일으켜 많은 국민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은 그간 수차례 증명됐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를 지지했었고, 평소 합리적인 성향인 한 중진의원의 우려는 경청할만합니다. 그는 "벌써부터 누가 주도권을 차지하고, 파워 그룹이 될지, 차기 내각과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며 "후보도 정치 초보인데, 주변 인사들마저 이러면 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라고 했습니다. 덧붙여 "유권자들은 후보가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며 "후보자 측근 그룹이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유권자들의 신뢰도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했죠.


  윤 후보가 과연 인의장막에 갇히지 않고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정치에 입문한 지 약 5달 된 윤 후보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100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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