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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Dec 31. 2021

취재기자가 솔직하게 쓴 이재명 인물평

  대선이 여야 양강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주로 취재하고 있는데요. 지난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에 출입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취재했었습니다. 2017년과 202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생각하는 두 후보의 인간성과 특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최대한 제가 보고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했지만 풍문도 일부 섞인 만큼 추후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그 내용을 밝히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적 의사결정 존중 장점


  이 후보는 공식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비교적 잘 따르는 편입니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정을 지켜봤던 참모들은 그가 치열한 논의 끝에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은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공적인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참모들도 이 후보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었고, 비선 논란이 적은 편이죠. 이 후보는 업무에 대한 상벌이 명확한 편이고, 새로운 참모를 불러들이는 데도 적극적입니다.

 

  최근 이 후보는 민주당 선대위 주요 본부의 텔레그램 방에 직접 들어가 그곳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살펴본다고 합니다. 좋은 내용들은 직접 채택해서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고 하죠.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당은 몰라도 선대위를 확실히 장악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후보의 이런 면모는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근 그가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탈원전 문제 등에 있어서 입장을 계속 바꾸면서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는 평소 공식 일정이 끝나고 트위터나 커뮤니티를 하고, 밤늦게도 보고서를 보거나 전략회의를 하는 등 시시각각 정보를 얻으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순발력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죠.



한 행사장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대화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윤석열 캠프 제공

대중 소통에 강점.. 보여주기 비판도


  이 후보는 원고 없이 연설하는데 강점이 있습니다. 2017년 대선 때도 당내 경선에서 당시 무명의 성남시장이었던 그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중 연설에 특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소 선동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실제 그의 연설은 호소력이 뛰어난 편입니다. 2월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이러한 장점이 더 크게 발현될 것 같습니다. 


  이 후보는 '반기업적'이라는 인식과 달리 기업인과의 우회적인 관계를 맺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는 경기지사 시절 도내에 위치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과도 좋은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기업 관계자는 "검찰 출신으로 우리의 어두운 면을 잘 아는 윤석열보다 겉으로는 반기업적 이어 보여도 실제로는 기업친화적인 이재명이 차라리 낫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에 반발해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거나 경기지사 재직 중 코로나19 강제 검사를 위해 경기 가평에 있는 이만희 신천지 교주를 직접 찾아가는 등 돌발행동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지지자들은 이런 점을 그의 매력으로 꼽기도 합니다만 보여주기 식 '쇼잉'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비주류 한계 극복할까


  이 후보는 스스로를 늘 '변방의 아웃사이더' '흙수저'라고 표현하면서 비주류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곤 합니다. 실제로 이 후보는 기득권 출신 인사도 아니고, 오랜 시간 당의 비주류 중에 비주류였습니다. 민주당은 친노+친문, 86그룹, 호남세력의 연합체 성격이 강한데 이 후보는 이 중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이 후보를 돕는 이들이 사적에서 스스로를 '민주당 내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할 게 없죠.


  대통령이 서민적이고, 비주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대통령은 비주류로서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은 국내 정치뿐 아니라 남북관계, 외교 무대 등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죠. 집권 이후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후보는 얼굴에 비교적 희로애락이 잘 드러나는 정치인입니다. 지지율이 낮을 때는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해갈지 궁금합니다. 이는 곧 그의 집권 후 능력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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