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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Dec 31. 2021

기성 언론은 왜 삼프로 tv가 될 수 없었나

  얼마 전 유튜브 주식 방송인 삼프로tv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인터뷰한 영상을 봤습니다. 각각 1시간 반이 넘는 긴 분량이었지만 전문성 있는 패널의 날카로운 질의와 유쾌한 진행 덕분에 몰입해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기성 언론이 못하는 역할을 삼프로tv가 했다면서 '삼프로tv가 나라를 구했다'는 호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성 언론이 지금처럼 하다가는 도태될 것' '삼프로tv를 통해 기성 언론이 얼마나 역할을 못 하는지 깨달았다'는 반응은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너무나 타당한 지적이자 뼈아픈 대목입니다. 


  전문성 있는 패널, 본질에 집중하는 질문


  삼프로tv의 이번 기획이 주목을 받은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대한 전문성 있는 질의가 돋보였습니다. 후보들의 견해를 묻을 뒤 즉각 구체성을 확인하거나 반론을 펼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진행자들의 질문이 매우 날카로웠는데, 평소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줬습니다.


  현안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하는 질문도 좋았습니다. 당장 화제가 되는 사건에 대한 입장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부동산 시장 안정화, 한국경제 체질 개선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자들의 품위 있는 태도도 돋보였습니다. 


  가뜩이나 역대 최악의 대선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 목말랐던 유권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기획이었습니다. 솔직히 기성 언론인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기획을 언론사가 아니라 유튜브 채널에서 했다는 점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나란히 유튜브 방송 삼프로tv에 출연해 장시간 대담을 했다. ⓒ삼프로tv 제공


  기성 언론이라면 가능했을까


  삼프로tv와 같은 대선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 기성 언론에서는 가능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방송은 시간, 신문은 지면의 제약이 존재합니다. 회사 내 뉴미디어팀이라면 가능한 기획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언론사 내에서 주요 부서가 아닙니다. 언론사가 두 유력 대선 후보를 모두 섭외할 수 있다면 뉴미디어 부서에 인터뷰 기회를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매일 그날의 이슈를 다뤄야 하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소위 '섹시한 뉴스'를 원하고 있습니다. 주식, 자본시장 등 특정 분야에 치중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경우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유권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당장의 뉴스 생산은 어렵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죠. 


  또 언론사는 기계적 중립이 중요한 곳입니다. 두 후보를 모두 초청한다면 똑같은 분량, 비슷한 질문과 콘셉트를 맞추느라 기획 단계부터 애를 먹었을 겁니다. 자칫 잘못하면 특정 언론사가 어느 후보의 편을 들었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죠. 기성 언론에게 이런 비판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지쳐버린 기자들, 전문성을 고민할 때


  사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저를 비롯한 언론인들의 전문성 부족입니다. 현안 위주의 질의에 익숙한 기자들은 깊이 있는 통찰을 하는데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시민들의 정치적 수준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자들의 질문 능력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기사를 만드느라 지친 상황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성 언론의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솔직히 잘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제라도 언론사 차원에서 기계적 중립에 대한 강박을 좀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되, 유권자에게 다양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정 후보자가 토론을 거부한다면 원하는 후보자만 부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현안 위주의 질문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맥락과 본질을 충분히 짚어내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하겠죠


  이제는 기자 개개인도 출입처의 현안에만 매몰되지 않고, 좀 더 입체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질문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죠. 팩트를 쫓고 사안의 실체를 밝혀내는 기자들의 취재 방법은 사회적 효용이 매우 크지만 때로는 시민들의 관심사와는 동떨어진 언론인들 간 '그들만의 경쟁'으로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문제를 발견하는 통찰력과 전문성이 없다면 기자로서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시민들은 점점 더 수준 높은 질문을 원하고 있죠. 현실적인 여건이 녹록지 않더라도 무엇이 더 나은 대선 보도인지 저부터 깊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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