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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Feb 28. 2022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걱정되는 이유

  대선이 이제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자신들이 집권할 경우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누구도 뽑기 싫은 '비호감 대선'이라고 말합니다. 정치부 기자인 제게도 '대체 누구를 뽑아야 하냐'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력 대선 후보들이 당선됐을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보고자 합니다. 거대 양당 소속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그 대상입니다. 이들이 대선 레이스에서 보였던 문제점을 중심으로 집권했을 때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지 제 나름대로 예측해봤습니다. 최선이 아니면 덜 나쁜 쪽이라도 뽑아야겠죠. 그것도 아니라면 제3의 선택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각 후보들 진영에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그간 많은 후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집권 시 예상되는 문제를 이미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또다시 불행히 반복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불장군식 국정운영' 우려


  윤 후보에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독단적 국정운영입니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돼 수차례 사과를 해야 했지만 전두환 정권에 대한 윤 후보의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는 흔적은 없습니다. 저는 이전에 윤 후보의 호남 방문 때 그에게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했는데, 전 씨 집권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게 있냐'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윤 후보는 "이미 여러 차례 답한 문제"라고 했죠. 전두환 시기 통치에 대한 그의 시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입니다.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지금 시점에서 독재정권을 긍정 평가하는 태도는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황을 보면 윤 후보가 군림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듭니다. 수백 명이 일하는 선대본 내에서 윤 후보에게 직언을 하는 인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윤 후보가 참모들을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는 얘기는 자주 들리지만 그가 어떤 고언을 수용했다는 말은 쉽게 듣기 어렵습니다. 윤 후보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 역시 직언보다는 후보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스타일에 가깝죠. 


  그런 점에서 윤 후보가 무궁화호 안에서 공보 참모들과 대화하면서 구둣발을 좌석에 올려놓은 일도 단순 해프닝으로 취급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참모들은 그 장면에 대해 별 문제의식 없이 SNS에 게시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죠. 윤 후보와 참모들의 인식 수준이 그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청와대는 소위 구중궁궐로 불립니다. 대선 후보 때부터 윤 후보를 어려워했던 참모들이 그가 대통령이 됐을 때는 쓴소리를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윤 후보는 평소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합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유일하게 선거 캠프를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에 차린 것도 기자들과 멀리 떨어져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윤 후보 캠프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발급해주는 출입증을 소지해야만 했을 정도로 보안에 철저했습니다. 


  선대본의 주요 보직 인사 중에는 검찰, 경찰 출신이 유독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선대본 내에서도 보안과 근무 기강을 강조합니다. 물론 정치라는 게 수면 위로 드러낼 경우 업무 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보안이 중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참모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문제죠.


  윤 후보는 실제로 입이 무겁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후보의 곁을 오랫동안 수행하는 이들은 대체로 이런 특성이 있죠.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 선대본 내에서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괜히 말이 나올까 봐 잘 물어보지도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칸막이식 조직 운영, 참모들의 소극적 자세가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제공


내 편도 설득 못하는데 국민 통합할까


  국민 분열이 더 심해질 것 같다는 걱정도 듭니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준석 당대표를 비롯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과 제대로 화합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도 이례적으로 단일화 협상 무산 과정을 세세히 공개하는 등 앙금을 남겼죠. 이들은 한결같이 윤 후보가 간절하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지지율이 고공 행진할 때는 당 안팎의 통합을 방관하다가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야 움직이기 시작했죠. 자기 진영에 속한 인사들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중국인들의 건강보험 먹튀, 멸공 챌린지 등 윤 후보는 정치 신인 답지 않게 '편 가르기'에 능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구설이나 정치적 미숙함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는 갈라 치기 전술을 주로 사용했는데, 대통령으로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가뜩이나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국민 분열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더 찢어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집권 시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이용한 '사정정국'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윤 후보 스스로 보복수사는 없다고 했지만 26년 간의 검사 생활로 여의도 기반이 약한 그가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인 검찰 수사를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또 다른 정치보복 논란이 생길 겁니다. 이미 범여권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 가까이를 차지한 상황에서 반대파의 반발로 정국은 급속한 혼란에 빠져들 것입니다.


  윤 후보는 사석에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투사'로 지칭할 정도로 검찰 인맥에 대해서는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검찰 공약을 통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청의 예산을 독립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검찰의 힘을 다시 키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라는 그간 시민사회의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메이저 언론' '친여 매체' 편향 언론관


  윤 후보의 편향된 언론관도 걱정입니다. 윤 후보는 자신을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를 '친여 매체'로 지칭합니다. 자신이 '친여 매체'로 규정한 언론사와는 인터뷰도 하지 않을 정도죠. 윤 후보는 자신이 싫어하는 방송사의 개표 방송 영상 촬영에도 응하지 않아 현장 기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메이저 언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언론의 등급을 따지기도 했습니다. 윤 후보는 집권 시 매주 기자간담회를 갖겠다고 했는데 과연 이러한 언론관을 가진 후보가 언론과 제대로 소통을 할지 의문입니다.

  

  여기에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의 경우 그간 주식으로 이득을 본 것이 없다는 해명과 달리 김 씨가 9억 원 여의 차익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김 씨가 5개의 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간 윤 후보 측이 공개한 계좌는 1개뿐입니다.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밖에도 무속 논란은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윤 후보와 김 씨가 주요 의사결정을 앞두고 점을 봤다는 이야기는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에서 개인이 점을 보는 게 잘못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영부인이 점술에 의지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윤 후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하지만 박근혜-최순실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겪은 후폭풍이 너무 컸기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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