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갑자기 이런 글을 쓰려니까 목이 좀 메네.
사실 나 요즘 엄마 인생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돼.
예전에는 엄마가 하는 행동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화도 나고,
원망도 많이 했잖아.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왜 저런 선택을 해서 우리를 힘들게 할까 싶어서
마음속으로 벽을 치고 살았던 것 같아.
근데 내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나도 내 삶을 살고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이 셋을 낳고 키우면서 엄마는 어떤 기분으로 그 시간들을 살아온 걸까?
내가 아는 엄마는 늘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하고,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어쩌면 그게 엄마가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텨내려고 질렀던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가 그랬지. 살고 싶어서, 그리고 여자이고 싶어서 다른 선택을 했었다고..
그때는 그 말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 있냐고 속으로 수천 번은 더 따졌던 것 같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듣고 평생을 투명인간처럼,
혹은 우두커니 집안의 보기 좋은 화분들처럼 살아온 엄마에게 '여자'라는 이름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싶어.
누군가에게 귀하게 대접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그 당연한 마음을 엄마는 어디에서도 채울 곳이 없었겠지.
이혼하고 나서도 자식들 때문에 부모 자리를 지키겠다고 다시 아빠랑 한집에 살기로 한 그 결정도 그래.
나는 그게 더 이해가 안 갔어. 싫으면 끝낼 것이지,
왜 다시 그 굴레 속으로 걸어 들어왔는지 답답하기만 했거든.
그때 그냥 멀리 다 버리고 도망가버리지, 자식들 생각 말고 엄마 인생을 살지 그랬나라는 생각도 했었어.
근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엄마한테는 본인의 행복보다 자식들이 비바람 맞는 게 더 무서웠던 거겠지.
본인 몸이 다 으깨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우리 울타리가 되어주려고
꾸역꾸역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거잖아.
엄마, 인생이란 게 엄마한테는 도대체 뭐였어?
즐거운 날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날이 더 많았을 텐데,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버텼는지 이제는 정말 궁금해.
예전에는 진실이 뭔지, 엄마의 진심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고 싶어서 엄마를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건 다 상관없어졌어.
그냥 엄마라는 한 여자가 겪었을 그 외로움이랑 치열함이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파.
아직도 솔직히 말하면 이해 안 가는 것들이 훨씬 많아.
엄마를 다 용서했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일 거야.
문득문득 올라오는 서운함도 있고, 엄마의 선택 때문에 내가 짊어져야 했던 무게들이 생각나서 울컥할 때도 있어. 그래도 예전처럼 미워만 하지는 않아.
이제는 "엄마도 참 힘들었겠구나", "그래서 그랬겠구나" 하고
가만히 끄덕여지는 날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어.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다 포기하면서 지키려 했던 우리들이,
이제는 엄마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컸네.
엄마, 이제는 너무 애쓰지 마. 누구의 엄마로만 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엄마 자신으로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
그냥 엄마가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는 거, 그거 하나만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 좀 어색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엄마가 있어. 조만간 얼굴 보러 갈게.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