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나씩 해보는 거지 뭐
엄마
남동생 상견례 때 입을 옷 사러 갔던 그날 말이야.
나는 사실 전날 밤부터 잠을 한숨도 못 잤어.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 쇼핑하러 가는 게 태어나 처음이기도 하고,
왠지 모를 긴장감에 밤새 천장만 보고 누워 있었어.
엄마는 어땠어?
엄마도 나랑 나란히 걷는 그 길이 어색해서 자꾸만 뒤처져서 걸었던 거야?
아파서 살도 너무 많이 빠지고, 걸음마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그 넓은 쇼핑몰을 걷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그런데도 엄마는 왠지 신나 보이더라.
거울 앞에서 이 옷 저 옷 몸에 대보는 엄마의 그 마른 어깨가,
아주 잠깐은 예전보다 가벼워 보여서 그게 내 마음을 더 찌르더라.
우린 참 다정하지도 못했고, 만나면 날 선 말부터 내뱉는 그런 사이잖아.
그래서 그런지 나는 엄마랑 쇼핑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어.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아직도 깊어서 일진 모르겠지만, 참 이상하더라.
그날 신나서 앞서가는 엄마의 좁은 뒷모습을 보는데 자꾸 목이 메었어.
왜 나는 그동안 엄마랑 쇼핑 한 번 올 생각을 못 했을까.
엄마가 저렇게 소녀처럼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손잡고 나와볼걸.
내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와 사이가 안 좋다는 이유로
엄마와의 시간을 너무 당연하게 미뤄왔던 것 같아 미안해.
엄마, 우리 한 번만 더 가자. 그때도 나는 또 무뚝뚝한 딸이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고르는 옷 옆에서 하루 종일 가방 들어줄게.
다음엔 우리 맛있는 밥도 먹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그러자.
다음엔 우리 둘이 구경 가자, 엄마.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