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걷는중입니다.
프롤로그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은진 오래였다.
하지만, 기억은 늘 제자리에 있는데도, 말로 꺼내는 건 쉽지않은 일이었다.
꺼내는 순간 다시 그 자리에 서게 될 것 같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해답을 못찾았다.
누군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답을 하지 못한 채,
그냥 버텼다, 버티다보면 분명 잘 버텨질것 같아서말이다.
잘 살아보겠다는 각오보다는,
오늘 하루만 무사히 넘기자는 마음이었다.
어릴 때의 기억은 완벽하게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누군가의 뒷모습, 닫히는 문, 붙잡았다가 놓쳐버린 손의 감각 같은 것들.
그 기억들은 설명 없이 남아 시간이 흘러도 자꾸 다시 되살아났다.
나는 사랑받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눈치를 더 많이 보았다.
그리고 아프다는 말을 할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울면 안 되는 순간이 많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있어야 할 때가 더 많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살아졌다.
나는 괜찮아 라고 말을 한순 없지만,
넘어지면 일어났고,
다시 늦어지면 또 기다렸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래도 살아볼까”라는 생각을
아주 작게, 아주 조심스럽게 품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쓰게될 내용들은 내 삶을 이겨낸 이야기들이 아니다.
그리고 용감했던 순간들을 모아둔 글도 아니다.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시간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와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다.
어쩌면 이 글은
과거를 정리하기 위한 기록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나 자신에게 보내는 설명서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겁이 많아졌는지,
왜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지,
....
나는 이제야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 보려 한다.
행복하지 않았던 시작과, 계속해서 옮겨 다녀야 했던 시간들,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있는 그대로 적어보려 한다.
이건 고백도 아니고, 용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살아온 시간을
내 손으로 한 번 제대로 써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