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

우울해서 그럽니다.

by yunhana

2021년 5월, 코로나를 약 1년 넘게 겪으며 지나가던 봄이었다. 나는 불안하고 우울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 대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뉴스와 기사들, 그것들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때가 제주에서 타향살이를 시작한 지 6년 차를 넘어가고 있었다. 제주에 와서 5살, 3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보내던 시간들이 지나고 난 뒤,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었을 수도 있었을 테다. 어쩌면 나는 계속 향수병을 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가 아니었다. 나는 그 이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두 아이의 출산, 육아를 혼자 해 내고 있었고, 둘째를 출산할 때는 남편이 2-3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터라, 출산이 임박해 올수록 항상 불안했었다. '남편이 없을 때 진통이 오면 어떡하지?' 그렇게 나는 불안감을 안은 채 둘째를 배속에 품었고, 출산할 때도 첫째를 신경 쓰느라 진통을 느끼지 못해 급하게 출산을 하고 둘째를 품에 안았다. 남편은 병원에 가자마자 둘째를 낳았다며 남들에게 웃으면서 말하지만, 나에게는 슬픔이고 상처다.

나에게는 슬픔이고 상처인 기억들을 웃으면서 떠벌리는 남편, 이렇게 남편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때의 그 상황들이 어떻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기억일까?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의 감정을 꺼내놓으려 할 때마다 듣기 싫어하고 싸움이 나 버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다, 우리는.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남편은 제주로 떠났다, 나는 홀로 남아,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이 나를 제주로 불러주기를 기다렸다. 동생이 태어나면 형은 동생에게 자신의 엄마를 뺏겼다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 마음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방문을 열었을 때, 내 남편이 외간여자와 침대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충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둘째를 출산하면, 둘째는 아빠에게 맡기고, 첫째에게 더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그러한 마음을 주고 싶지 않아서 두 아이에게 모두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다. 둘째가 몸을 가누자마자 일찍 뒤로 업고, 첫째를 챙겼고, 책을 읽어주었다. 두 아이를 홀로 키워낸 기억들은 나의 눈물 버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눈에도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차 오르고 있으니까.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면, 남편은 듣기 싫어하고, 본인은 놀았냐면서 발끈한다. 당신 탓을 하고 있는 게 아닌데, 그동안 내가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만 하면 되는데...

인정받고 위로받고 싶어서 꺼낸 나의 말은 상처만 입은 채 가슴깊이 묻혀야 했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의 상처도, 엄마가 된 후에 겪어야 했던 슬픔도 꺼내어 보지 못한 채 40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