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이방인 교수

브런치 작가의 첫걸음

by 연호

북경에서 첫 주 강의를 마쳤다. 안도감이 든다.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북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교수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만큼 불안감도 컸다. 2025년 8월 말, 서울에서 대학교수직을 정년퇴임하며 인생 2막에 대한 여러 구상을 했지만, 만 65세에 중국에서 새로 대학교수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 중국어라고는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잘 가세요’ 정도 수준인 내가 2026년 3월 1일 자로 북경의 한 대학에 정교수 발령을 받아 교수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 사실은 나 자신부터 믿기지가 않고, 내가 꿈을 꾸고 있나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한국에서 정년퇴임을 한 교수가 중국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초빙되어 가는 것을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도 보았고 가끔 언론에서 기사로 접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 공대나 이공계 교수들이다. 내 전공은 법학이다. 무슨 첨단 기술이나 특허를 가진 것도 없다. 내 세부 전공은 '비교법'과 '법사회학'이다. 이런 분야를 법학에서는 '기초법' 분야라고 한다. 의학에 비유하자면, '기초의학'에 해당한다. 실정법 분야인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등이 내과, 외과, 안과 등과 같다면, 내 전공은 마치 의학 분야에서 병리학, 해부학 등과 비슷하다.

인생 2막의 계획에 전혀 없던 중국생활은 내게 큰 도전이고 변화다.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만, 서울의 분주한 일상에서 절연되고 혼자만의 시간이 가득할 것은 분명하다. ‘시간 부자‘로서 내 삶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더 깊이 성찰하여 글로 적고 싶다. 또 전공 분야인 법사회학과 비교법학의 렌즈를 통해, 한국, 중국, 미국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