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할 때까지 다시 하기
미국 테너 가수가 로마의 공연장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앙코르 요청이 세 번이나 들어왔다. 그는 "저로서는 오페라의 본고장이고 유서 깊은 이 공연장에서 노래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노래에 이렇게까지 열광하실 줄 모르고 앙코르 곡은 두 곡만 준비했습니다."라며 앙코르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도 계속 앙코르 요청이 쇄도하여 그는 무척 당황했다.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에게 가까이 있던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이렇게 말했다. "관객들의 요청은 당신이 제대로 부를 때까지 다시 불러 보라는 겁니다!" 오래전 미국 유학 시절에 잡지에서 본 조크의 내용이다.
1986년에 나는 미국 로스쿨에 유학 가서 난생처음 기숙사 생활을 했다. 이 글은 북경의 한 대학 기숙사 안에서 쓰고 있다. 처음 기숙사 생활을 경험한 지 40년 만에 대학 기숙사 생활을 다시 하게 된 것이다. 나는 4개월 전에 이 대학의 법대 학장으로부터 자기 대학에 교수로 채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전혀 예상 밖의 제안이었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고 서둘러 서울 생활을 대충 정리한 후 이곳에 왔다. 불과 2주전의 일이다. 이곳 대학은 내 임용 조건의 하나로 캠퍼스 내에 있는 교수 아파트의 한 채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내게 배정된 숙소는 외국 유학생 기숙사 내에 있다.
짐작컨대, 중국인 교수들이 사는 좀 오래된 아파트보다 시설이 양호한 외국 유학생 기숙사가 내게 더 편하리라는 학교 측의 배려였던 것 같고, 실제로 나는 이 숙소에 무척 만족한다. 학생들이 지내는 원룸과는 동선이 겹치지 않는 한쪽 코너에 있는 방 몇 개가 외국인 교수들에게 배정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학생들과 기숙사 안에서 마주칠 일이 적지만, 오늘처럼 공동 세탁실에서 세탁기를 돌릴 때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오늘은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온 남학생과 건조기가 돌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학 와서 가족과 떨어져 좁은 기숙사 방에서 지내는 학생들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짠하다. 이들 모두에게 유학생활의 불편과 어려움을 상쇄할 만큼의 더 나은 미래가 꼭 주어지길 바란다.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학생들보다 넓고 쾌적한 방을 배정받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 믿는다. 40년 전에 나는 미국 대학 기숙사 생활을 대충 하다 말았고, 서울에서 내 교수생활은 아마도 충분히 제대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내게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져 중국에서 학생들을 또 가르치게 된 것 같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