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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Feb 24. 2021

일본에서 경험해본 입시

유학 일기 3탄, 입시

  일본에서의 기억들 중 사람들과 공유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이번엔 입시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일본의 수험생들은 한국의 수능 격인 센터시험이라는 것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유학생들은 EJU라는 입시 시험을 치르는데 유학생이라도 센터시험을 치를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일본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EJU시험을 준비한다. 나 또한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이 시험을 준비했었다.

  과목은 일본어, 수학(코스 1, 코스 2/한국의 가형, 나형), 종합과목(한국의 사탐영역), 이과(물리, 화학, 생물)이 있다. 나는 이과였어서 종합과목 공부를 해본 적은 없지만 종합과목을 공부했던 친구가 말하길 범위가 정말 종합적이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무튼 한국과 비슷하게 학교나 과마다 요구하는 과목이나 점수가 다르고 자기가 지원할 학교와 과에 맞춰서 시험을 응시하면 된다.

  그런데 이 시험이 꽤나 비싸다는 점이 공부 못지않게 마음을 어렵게 했었다. 수험료가 거의 15만 원 정도 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4-5만 원에 수능을 봤던 기억이 있어 수험료를 듣고 약간 충격받았었다. 심지어 지금은 수험료가 더 올랐다고 들었다. 거기다 대학에 지원할 때 드는 원서도 사립의 경우 기본 3만 엔이었고 국립은 그나마 만 오천 엔 정도였다. 세보진 않았지만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대학 입시를 위해 들인 수험료만 해도 백만 원은 넘게 들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입시 체계가 비슷한 느낌이지만 가장 다르다고 느낀 점은 원서 제출마저도 아날로그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디지털화되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일본에서 입시를 준비하며 우체국을 한국에서 보다 더 많이 방문했었다. 등기로 부치는 것은 기본이고 원서 작성도 수기로 해야 했었다. 외국어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그걸 일일이 손으로 쓰다 보니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내가 지원했던 학교 중 한 곳은 우편도 아니고 직접 방문해서 접수하는 곳도 있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서류 확인을 꼼꼼하게 두 번이나 하고 나서야 접수가 완료되었다. 꼼꼼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원서가 한두 장도 아니고 지원자가 한두 명도 아닌데 성격 급한 나로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아날로그도 이런 아날로그가 없었다. 그 덕에 원서를 제출하는데 두 시간 넘게 걸렸었다. 원서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인건비 문제로 수험료가 비싼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장학금이 우리가 생각하는 장학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일본에서는 장학금을 받으면 그걸 다시 값아야 한다. 한마디로 이름만 장학금이지 사실상 학자금 대출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학생의 경우 받은 장학금을 변상할 의무가 없다. (일본인 학생들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거기다 유학생은 성적과 출석률이 어느 정도 받쳐주면 학비감면 혜택도 있다. 다만 외국어로 대학공부를 하며 성적을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일본에서의 입시는 나의 유학생활중 가장 큰 고비 중 하나였기에 이런저런 웃픈 기억들이 많은데 당분간은 코로나 때문에 어렵겠지만 나중에라도 일본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이 글을 써봤다. 자세히 쓰지는 못했지만 이 글이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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