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리워하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
친구같은 때론 연인같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내게는 분주한 세상속 잠시 멈춤의 시간이며
위안의 시간이다.
위안의 시간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따라
바닥에 울리는 작은 발자국 소리는
나를 더욱 설레이게 한다.
설레이는 마음에 있는 힘껏 문을 열고 들어선다.
코끝에서 부터 먼저 맞이하던 커피 향이
머릿 속 가슴 속까지 잔잔하게 스며들어
소리없이 순식간에 그 안에 나를 가두고 만다.
정신이 아찔하다.
커피향 만큼이나 달콤한 미소가
나를 향해 있다.
그가 거기에 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한 낮의 따사로운 햇살이
뒤돌아서는 그의 등뒤로 쏟아져 내린다.
마치 인공의 조형물처럼 보이던 그 뒷모습에
닿는 순간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빛의 어둠속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소리는
고요한 리듬을 타고 자유로이 흐르고 있다.
그 리듬위로 우아하게 춤을 추는 듯한
작고도 고운 손에서 눈을 뗄수가 없다.
그 사이 그렇게 내 앞에 한 잔 커피가 놓여진다.
오직 나만을 위한 특별한 커피이다.
그 커피는 늘 내게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를 준다.
그 순간의 향기ᆞ기억ᆞ추억ᆞ소리
그리고 세상 모든 것들의 시간과 흔적을
한 잔에 다 담았다.
한 모금 머금고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을 음미하며
세상 모든 이야기를 듣는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커피 맛이 어떠냐고 묻는 너와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나의 이야기뿐이다.
커피를 마시던 그 순간 내내 나를 가득
채우던 것은 무엇이 었을까?
어쩌면 그때 이미 나는 그것이
무엇이 었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너의 향기로 가득 채워진 나를...
나만의 커피 한 잔이 내게 있었던 어떤 날에
그때 그 시간을 기억하며
또 다시 그리워지는 마음에 손을 내밀어 본다.
곁에 없는 너는 여전히 그립다.
그래도
아직 손끝에 남아있는 온기는 느낄수 있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따스한 온기는
오로지 나의 것임을 안다.
내 손끝에서 가슴으로 이어져
식지 않은 채 남겨져 있을 마지막 한 방울은
너를 그리워하는 나의 시간안에서
영원히 기억되어 질 것이다.